
고성능 자동차 실내를 지배하던 버튼이 사라지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벤츠가 거대한 스크린과 화려한 조명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버튼으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회사의 승부는 이제 성능을 넘어 ‘조작의 본질’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메르세데스-AMG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AMG GT 4도어 쿠페’ 전기차의 실내는 그야말로 스크린의 향연이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트리플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중앙의 14인치 화면은 운전자 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져 철저한 드라이버 중심 설계를 지향한다.
1,300마력의 괴물 성능과 ‘올인원 스크린’의 결합

성능 지표는 전기차 시대의 AMG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차량은 1,341마력에 달하는 괴물 같은 출력과 5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하이테크의 정점을 찍은 실내는 화려하지만 공조 장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능을 화면 속으로 매립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조작 편의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복잡한 메뉴를 찾아 들어가는 방식이 고성능 주행 상황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벤츠는 햅틱 피드백으로 이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운전자들에게 스크린 위주의 구성은 여전히 피로감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터치스크린은 위험하다”… 현대차가 던진 직관성의 일침

현대차는 이러한 벤츠의 행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시장의 흐름을 뒤집고 있다. 현대차 디자인 센터는 주행 중 터치스크린 조작이 운전자의 시선을 도로에서 떼게 만드는 위험한 요소라고 일찌감치 비판해 왔다.
아무리 그래픽이 화려해도 보지 않고는 조작할 수 없는 터치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부터 자주 쓰는 주요 기능들을 다시 물리 버튼으로 돌려놓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는 글로벌 판매량 2위 자리를 두고 폭스바겐과 격돌 중인 현대차그룹이 품질과 안전이라는 기본기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기준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판매 격차가 170만 대 수준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조작 편의성은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제네시스 마그마의 역습… ‘디지털’ 넘어서는 ‘레이싱 손맛’

이러한 현대차의 철학은 고성능 브랜드인 제네시스 ‘마그마(Magma)’에서 완성된다. 벤츠가 화면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 제네시스 마그마는 운전자의 ‘근육 기억’을 활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조작계에 집중한다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전용 버튼과 다이얼식 조작계는 고속 주행 중에도 시선을 옮기지 않고 차를 제어하게 한다.
제네시스 마그마는 단순히 버튼만 살린 것이 아니라 소재를 통한 감성 품질에서도 AMG와 대립각을 세운다. 오렌지 컬러 테마와 알칸타라 소재, 전용 버킷 시트를 통해 운전자와 차가 하나로 연결되는 밀착감을 강조한다.
벤츠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지향한다면, 제네시스는 가장 진보한 레이싱 장비를 만드는 전략이다.
기술의 화려함인가, 조작의 본질인가… 최후의 승자는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디지털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제네시스 마그마는 현대차 N 브랜드에서 검증된 가상 변속 시스템과 사운드 기술을 이식해 전기차에서 사라진 기계적 피드백을 부활시킬 계획이다. 이는 정통 고성능 팬들에게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결국 화려한 디지털 만족감이냐, 아니면 안전한 직관성이냐를 둔 시장의 선택만이 남았다. 업계에서는 복잡한 메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제네시스의 직관적인 구성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2위 자리를 노리는 현대차그룹이 마그마를 통해 벤츠와 폭스바겐을 동시에 압박하며 고성능 EV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