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아니었어?”…해외서 37년 만에 대박 터뜨린 한국車, “결국 일 냈다”

기아, 호주 진출 37년 만에 100만 대 돌파
카니발·스포티지 흥행, 현지 맞춤 전략 통했다
픽업 타스만 가세…빅4 판도 흔들릴까 주목

기아가 호주 시장에 진출한 지 37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넘어섰다.

오랜 시간이 걸린 성취지만, 최근 성장세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8년에 50만 대를 달성했는데, 그 뒤 단 7년 만에 두 배를 채우며 속도를 크게 높였다.

호주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아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카니발 독주 힘입어 현대 제치고 ‘빅4’ 진입

이 성과는 철저히 현지화된 전략 덕분이다. 판매 순위를 보면 쎄라토가 가장 많이 팔렸고, 스포티지와 리오가 뒤를 이었다. 특히 카니발은 독보적이었다.

가족 단위 이동이 잦은 호주인의 생활 방식에 맞아떨어지며, 한 해는 피플무버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긴 도로를 달려야 하는 특성상 넉넉한 공간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갖춘 차종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기아는 단순히 글로벌 모델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호주 도로 상황에 맞게 서스펜션과 조향 시스템을 따로 튜닝해 현지 운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를 만들었다.

여기에 경쟁사보다 앞서 7년 무제한 주행거리 보증을 내세우며 신뢰를 쌓았다. 반도체 부족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급이 막히던 시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꾸준히 판매를 이어간 점도 주효했다.

브랜드 경쟁 구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2024년 기아는 호주에서 연간 8만 대 이상을 팔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토요타·포드·마쓰다와 함께 ‘빅4’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현대차를 제치고 4위를 차지하면서, 같은 그룹 내에서도 호주 시장에서 더 높은 성적을 거뒀다. 2025년 상반기에도 이 순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도로 맞춤 튠업과 7년 보증이 먹혔다

앞으로의 변수는 신차다. 기아는 올해 호주에서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했다. 전통적으로 토요타 하이럭스와 포드 레인저가 양분해온 UTE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모델이다.

이미 호주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운 대규모 마케팅으로 주목을 끌었고, 고객 인도가 본격화되면 브랜드 입지는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라인업 확대도 속도를 내고 있어, 환경 규제 대응과 새로운 수요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고 있다.

100만 대 돌파는 하나의 기록을 넘어 기아가 호주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는 신호이자 새로운 시험대다.

앞으로 기아가 지금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빅4를 넘어설지, 아니면 현 위치에 머무를지는 몇 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호주 시장에서 기아를 향한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