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전기차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었던 ‘매립형 도어 손잡이’를 세계 최초로 법적으로 금지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일 ‘자동차 문손잡이 안전 기술 요구’를 발표하며, 2027년 1월 1일부터 모든 신규 차량에 기계식 해제 기능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2012년 처음 선보인 이후 글로벌 전기차의 ‘디자인 표준’처럼 확산됐던 매립형 손잡이가 15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이번 규제는 지난해 10월 샤오미 전기차 SU7의 화재 사고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교통사고 후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숨진 이 사건은 매립형 손잡이의 치명적 결함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전력이 차단된 상황에서 기계식 해제 장치의 위치와 작동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었다. 미국에서도 테슬라 차량의 손잡이 결함으로 10년간 15명이 사망했고, 140건의 갇힘 사건이 발생하며 지난해 1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공식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기계식 손잡이 기술 규격 명문화

새 규정은 외부 손잡이의 경우 최소 가로 6cm, 세로 2cm, 폭 2.5cm의 공간 또는 동일 규격의 돌출형 구조를 요구한다. 내부 손잡이는 탑승자 위치에서 명확하게 보여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전력 없이 작동 가능한 기계식 해제 장치를 필수로 장착해야 한다.
트렁크를 제외한 모든 승객용 문이 적용 대상이다. 이미 출시 승인을 받았거나 막바지 단계의 차량은 2029년 1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업계에서는 모델당 1억 위안(약 208억원) 이상의 설계 변경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 변화 예고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는 “중국이 단순한 전기차 최대 시장에서 규칙 제정자로 변화하고 있다”며 “대형 내수시장을 이용해 중국과 해외 업체 모두 따라야 하는 안전기준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세계 기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매립형 손잡이의 공기저항 감소 효과는 약 0.12%에 불과해 실질적 성능 이득보다 디자인 트렌드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전기가 끊겨도 자동차 문은 언제든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안전 원칙이 무너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선택지

테슬라는 중국 내 생산 차량뿐 아니라 글로벌 모델 라인업 전반의 재설계 압박을 받게 됐다. 샤오미, BYD 등 테슬라의 디자인을 적극 모방해왔던 중국 신생 제조사들도 설계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미 FTA 규정 탓에 별다른 조치 없이 매립형 손잡이 차량이 계속 수입돼왔지만, 중국의 이번 결정이 국내 규제 논의에도 불씨를 지필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안전성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중국의 규제가 연쇄적인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의 ‘규칙 제정자’로 부상하면서, 안전성과 디자인 사이의 균형점이 다시 설정되고 있다. 15년간 지속된 매립형 손잡이 시대가 저물고, 전통적 기계식 손잡이가 ‘혁신의 이름’으로 회귀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2027년 1월, 중국 도로에서 펼쳐질 이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수정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안전 기준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