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초 언론을 장식하며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단골 기사가 있다. 바로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5위 수준에 올랐다는 내용의 보도다.
이는 미국에 기반을 둔 군사력 평가 웹사이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하는 지수를 인용한 결과다.
하지만 정작 국내외 주요 군사 전문가들과 국방 연구기관들은 이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낡은 탱크도 1대로 친다? 양적 지표의 한계
GFP 순위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현대전의 핵심인 질적 차이를 무시한 단순 수치 합산 방식에 있다.

이 기관은 인구수, 병력수, 무기 수량, 국방예산 등 60여 개 항목을 종합해 군사력 지수(PowerIndex)를 산출한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의미지만, 산출 방식은 철저하게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집착한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 만들어져 박물관에 가야 할 구형 전차와, 한국군이 자랑하는 최신형 K2 흑표 전차가 평가표 위에서는 단순한 ‘전차 1대’로 비슷하게 취급된다.
단순히 머릿수와 굴러다니는 장비의 숫자만 많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양적 합산의 맹점은 북한과의 비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GFP의 세부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북한은 보유 잠수함 숫자나 다연장로켓포 대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소음이 심해 현대 실전에서는 생존성이 극히 떨어지는 구형 잠수함 수십 척이, 최신 기술이 집약된 잠수함 몇 척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황당한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핵무기와 동맹 빠진 반쪽짜리 군사력 평가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비대칭 전력과 무형 전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치명적인 한계다.

GFP는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고, 보유국에 일종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형태로만 처리한다.
핵무기 단 한 발이 재래식 무기 수만 대를 일거에 무력화할 수 있는 현실의 안보 지형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법이다.
또한 한국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연합 작전 능력이나 동맹 네트워크 역시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하나로 묶어 지휘하는 통신통제(C4ISR) 체계의 수준이나, 장병들의 훈련 완성도, 군대의 실전 경험 등은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누락되어 있다.

따라서 단순히 탱크와 전투기 숫자를 세어 매기는 GFP 순위는 우주전과 사이버전, 정보전이 교차하는 21세기 현대전의 양상을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한국군이 강력한 화력과 방위산업 역량을 갖춘 강군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웹사이트의 단순한 양적 합산 결과에 환호하기보다는, 미래 전장에 대비한 질적 고도화와 무형 전력 강화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