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 구도를 넘어 글로벌 다층 연대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필리핀이 미국, 일본, 호주에 이어 유럽의 핵심 군사 강국인 프랑스와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 협력을 맺으면서, 아시아의 해상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중국 앞마당에 뜬 유럽 군대…필리핀-프랑스 협정 체결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과 프랑스는 최근 상대국 영토에서 양국 군대의 훈련과 배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문군 협정(VFA)을 공식 체결했다.
이번 협정을 통해 프랑스 해군 함정과 병력은 필리핀 영해 및 남중국해 일대에서 필리핀군과 정례적인 연합 훈련을 수행할 수 있는 탄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군사 교류를 넘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필리핀이 우방국의 연대 범위를 유럽 연합(EU)의 핵심 국가로까지 넓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뉴칼레도니아 등 다수의 해외 영토와 광활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역내 안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군사 강국으로 꼽힌다.
미국만의 싸움 아냐…촘촘해지는 ‘다층 동맹망’

그동안 남중국해 문제는 사실상 중국의 공격적인 해양 팽창과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패권 다툼으로 인식되어 온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필리핀이 주도적으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역내 안보 프레임으로 끌어들이면서, “미국만의 싸움”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공식이 깨지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본격적인 해상 개입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NATO) 주요국들의 군사적 존재감이 속도감 있게 확대되는 핵심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의 지속적인 무력 시위에 맞서 미국, 일본, 호주 중심의 기존 3각 안보 연대에 더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번갈아 가며 함정을 파견하고 합동 훈련을 펼치는 촘촘한 ‘거미줄 동맹망’이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다가오는 청구서…관전자로 남기 어려워진 한국

유럽까지 가세하며 판이 커지는 남중국해의 구조적 변화는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게도 묵직한 안보적 화두를 던진다.
남중국해는 한국 수출입 전체 물동량의 30% 이상, 원유 수입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절대적인 해상 교통로이자 경제적 생명선이다.
글로벌 다층 동맹망이 커지고 중국을 향한 군사적 포위망이 구체화될수록, 미국을 비롯한 서방 우방국들은 역내 주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게도 안보 전략의 선명성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강대국 간의 충돌을 우려하는 수준을 넘어설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필리핀과 프랑스의 군사적 밀착을 지리적으로 먼 남의 나라 이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짜이는 인도·태평양 안보 체인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방관자적 입장에 머무르기 어려워지는 거대한 전략적 전환기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