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항모전단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군사적 방아쇠를 당기는 사이, 베이징은 조용히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지친 아랍 핵심 국가들을 상대로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거대한 경제·외교적 진지를 구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외교 전문매체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핵심 인사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중동 정세 완화와 전방위적인 경제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빈자리’ 파고든 베이징의 계산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 국무원 리창 총리의 행보다.
리 총리는 최근 셰이크 칼레드 빈 모하메드 빈자예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회담을 갖고, 걸프 지역 평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천명했다.
단순한 립서비스를 넘어 에너지 저장, 신에너지 자동차, 동력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의 협력 확대를 약속하며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UAE의 경제적 환심을 철저히 공략하는 양상이다.
왕이 외교부장 역시 칼둔 할리파 알무바라크 UAE 대통령 특사를 만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미국의 강경 노선을 직격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군사적 대치로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중동의 늪에 깊이 빠져드는 동안,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과 ‘내정 불간섭’이라는 외교적 무기를 앞세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중동 내 영향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래 싸움에 갇힌 한국의 안보 딜레마
베이징의 이러한 치밀한 전략적 행보는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의 안보 및 경제적 취약성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은 이란과 아랍 국가 양쪽 모두와 관계를 다지며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안전판을 확보한 반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호르무즈 봉쇄라는 최악의 변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미국이 중동 전선에 발목이 잡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자산 전개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기회로 대만 해협 등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 양상이 군사력에서 경제·에너지 인프라 장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우산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안보와 경제 모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놓는다.
미국이 총알을 쏟아붓고 중국이 돈다발을 푸는 거대한 역설의 전장 속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외교·안보 생존 전략 재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