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진짜 괜찮은 건가요?”… 트럼프 정부 ‘이례적’ 움직임에, 업계 ‘발칵’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인수
해외 기업까지 확산 가능성
삼성·TSMC 긴급 대응 검토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외국 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지분 10%를 정부가 인수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 같은 방식을 다른 기업에도 적용하겠다고 예고해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국 정부, 인텔 최대 주주 등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완전히 소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 정부는 기존 최대 주주였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8.92% 지분을 넘어서며 인텔의 새로운 최대 주주로 자리잡았다.

총 89억 달러 규모의 이번 거래에서 미국 정부는 인텔 보통주 4억3천330만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했다. 투자 자금은 반도체법에 따라 이미 배정됐던 보조금 57억 달러와 보안 칩 생산을 위한 별도 지원금 32억 달러로 충당됐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번 지분이 의결권 없는 비의결 지분이라며 미국 정부가 인텔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라는 위치 자체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인텔은 올해 초부터 2만 명이 넘는 인력을 감원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유럽 등 해외 공장 건설도 중단한 상태였다. 이번 거래를 통해 인텔은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거래 할 것”… 해외 기업들 긴장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발언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그는 인텔 지분 인수 발표 후 “우리는 그와 같은 거래를 많이 한다”며 “나는 더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에 투자하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TSMC에 66억 달러, 삼성전자에 47억5천만 달러, 마이크론에 62억 달러 등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따라서 이들 기업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대형 업체들에 대해서는 지분 확보를 추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보장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경영난을 겪는 미국 기업인 인텔과 달리 해외 기업들에게 이런 거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자금이 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 정부도 아닌 미국 정부를 투자자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TSMC, 보조금 반환까지 검토

TSMC 경영진은 이미 미국 정부가 보조금 대가로 주주 참여를 요구할 경우 보조금을 반환하는 방안에 대해 예비적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에서 크게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TSMC로서는 굳이 미국 정부와 지분 관계로 엮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방침에 당혹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지분 참여가 기업의 독립성과 투자 예측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더라도 경영에 대한 외부 감시와 간접적 영향력이 작동할 수 있고, 기업 기밀이나 기술 정보가 노출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투자 구조와 정부-기업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미국 내 투자 조건 변화와 외국 기업들의 전략 수정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