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준다 약속했는데 “뒷목 잡았다”…중국 믿었다가 ‘아뿔싸’

중국 기업, 파키스탄에 ‘의료 시티’ 건설 제안
중국 대규모 투자 피해 우려

중국 기업이 최근 파키스탄에 1조 4천억원 규모의 ‘의료 시티’ 건설을 제안했지만, 이미 중국의 투자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의 사례가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축복인가 재앙인가

중국 기업들은 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해 카라치 외곽 다베지 특별경제구역에 대규모 의료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제안했다고 인도 뉴스통신 PTI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이 제안을 적극 환영하며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파키스탄 코랑기무역산업협회도 이번 제안이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 강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양국은 이미 ‘전천후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과거 중국이 비공산권 국가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을 때 파키스탄은 중국의 유엔 가입과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교류를 적극 지원했다.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은 지금까지 약 93조 3천억원을 투자해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천 명의 중국인들이 관련 사업을 위해 파키스탄에 체류하고 있다.

쌓여가는 부채, 커지는 불만

하지만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리랑카다. 스리랑카는 중국이 투자한 하만타 항구 프로젝트의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항구를 99년간 중국에 임대해야 했다.

이는 국가의 경제적 주권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파키스탄 역시 중국의 투자로 인한 부채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은 당초 2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25만개에 그쳤다.

여러 인프라 프로젝트의 수익성도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이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은 정치적 불안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잇따르는 실패 사례, 드러나는 부작용

중국 투자의 부작용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확인된다. 앙골라에서는 중국의 자원 개발 투자가 경제 구조를 왜곡시키고 불균형을 초래했다.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메이카의 경우 중국 기업이 주도한 프로젝트들이 지역 사회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이 현지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아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이 투자한 댐 프로젝트 에서 균열이 발견되어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는 중국의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안보 위협까지 더해진 불안

파키스탄의 경우, 경제적 문제에 더해 안보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에는 카라치 공항 인근에서 중국인 2명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중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파병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투자 사업의 안정적인 진행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기의식 고조되는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부채의 함정’이라 불리는 이러한 상황은 투자를 받는 국가들의 경제적 자주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저개발 국가들의 경우, 막대한 부채로 인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중국의 투자 전략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투자 협상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에 현혹되어 장기적인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파키스탄에 제안된 의료 시티 건설 사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