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날아갔는데 “이 돈이 말이 되나요”…점주들 ‘분통’ 터진 이유

배민 또 먹통…30분 장애에 점주 매출 ‘뚝’
5천 원 쿠폰이 전부? 실질 보상은 턱없이 부족
“앱은 멈췄는데 손해는 왜 우리가 다 보나” 분통

“배민 먹통만 아니었어도 하루 장사 망치진 않았을 텐데요.”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39) 씨는 지난 5월 30일 저녁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가장 바쁜 시간대에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자 처음엔 이상하다 싶었지만, 곧 배달앱 오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는 “플랫폼 문제인데 왜 항상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냐”며 “쿠폰이나 수수료 면제로는 진짜 피해의 절반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주문은 끊기고 신뢰는 무너졌다…‘배민 먹통’의 반복되는 악몽

배달의민족이 또다시 멈춰 섰다.

지난 5월 30일 저녁 30분 동안 앱의 장바구니와 주문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수많은 고객이 저녁을 거르고 점주들은 매출 손실을 떠안았다. 문제는 이런 장애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배민의 장애 이력은 길고 어둡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다.

저녁 시간대 4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예약 주문이 줄줄이 취소됐고 음식점들은 이미 조리한 음식을 폐기해야 했다.

고객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점주들은 하루 매출이 눈앞에서 증발하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주문량이 폭증하는 시간대에 앱이 멈추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소규모 음식점일수록 타격은 치명적이다.

당일 준비한 재료는 쓰레기가 되고, 광고비는 허공으로 날아간다. 더 가혹한 건 고객 응대의 화살이 점주에게 향한다는 사실이다.

앱 오류로 주문이 늦어지면 고객은 플랫폼이 아닌 점주에게 항의한다. 평점도 덩달아 추락한다. 문제 원인은 플랫폼인데, 모든 후유증은 업주 몫인 기형적 구조다.

5천 원 쿠폰에 묻힌 손실…점주들 “보상 아닌 면피”

그렇다면 배민은 어떻게 책임을 졌을까. 5월 30일 장애 당시 고객 32만 명에게 5천 원 쿠폰을 줬고, 점주들에게는 해당일 중개 수수료를 면제했다. 라이더들에게는 1만 원을 지급했다.

표면적으로는 신속하고 폭넓은 조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제 피해 규모와 비교하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간접 손해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점주들은 몇 건의 주문 취소로 끝나지 않는다. 하루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잃고, 준비된 재료와 인건비, 광고비, 고객 신뢰까지 모두 날렸다.

그런데 이런 무형의 손해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상 기준이나 산정 방식도 베일에 싸여 있어, 플랫폼을 믿고 입점한 업주들의 허탈감만 키운다.

플랫폼 측은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등 기술적 투자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힌다. MSA란 하나의 큰 시스템을 여러 개의 작은 서비스로 나누어, 한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장애로 이용자 신뢰는 바닥을 쳤다. 서비스 안정성은 이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책임 의식 문제로 여겨진다.

배달 플랫폼은 더 이상 주문 중개 서비스가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달린 ‘생활 인프라’다. 시스템 장애 시 피해 책임도 보다 명확하게 분담돼야 한다.

업주들의 무형 손해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땜질식 보상으로는 근본적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 플랫폼이 자신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진정한 책임을 지는 변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