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언에 일본 국적 버린 허미미
일본계 선수 제치고 선수권대회 金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유도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거두었다.
세계랭킹 1위를 꺾고 딴 금메달이기에 많은 이들이 기뻐하고 있으나, 사실 이번 금메달에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29년 만에 여자 유도에 金 가져온 허미미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 세계유도선수권대회의 여자 57kg급 결승전은 치열했다.
허미미의 상대는 일본계 캐나다인 선수인 크리스타 데구치로, 그는 세계랭킹 1위 선수이기도 했다.
무려 12분 19초의 연장 끝에 지도 3개를 빼앗은 허미미는 반칙승으로 세계 1위 선수를 꺾은 허미미는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여자 유도가 1995년 일본 지바 대회 이후 29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이기에 더욱 뜻깊다.
이는 남자부를 합쳐도 2018년 아제르바이잔 대회 이후 6년 만에 거둔 성과이기도 하다.
올해 포르투갈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좋은 성적을 거둬온 허미미.
57kg급 여자 유도의 최강자이자 한국 여자 유도의 간판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는 사실 일본에서 태어난 선수다.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캐나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기도 하다.
일본의 명문대인 와세다대학교에 다니던 허미미가 일본 국적으로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었다.
일본의 재일한국인단체인 민단에서 도쿄 에도가와 지부 회장을 역임했던 할머니는 생전 허미미가 한국 국가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었다.
이를 잊지 않은 허미미는 한국으로 귀화하여 경북체육회에 입단했고, 이후 한국 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허미미는 2021 청두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의 수상 경력을 쌓으며 한국 여자 유도의 위상을 높여왔다.
“보고 계신가요?” 알고 보니 독립운동가의 후손
한편, 허미미 선수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으로, 경북체육회 감독이 선수 등록을 위해 본적지에 방문했다가 이를 알게 되었다고.
경북도청, 국가보훈처, 주일대사관, 지역 면사무소까지 나서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까지 지원한 조사 결과, 허석 선생의 5대손이 확실함이 밝혀졌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망국의 한을 품고 동포들에게 일제의 침략상을 널리 알리고자 격문을 써 암벽에 붙였던 바 있다.
3·1 운동 한 해 전인 1918년 8월 허석 선생은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나라 잃은 백성이라 어찌 아픈 노릇이 아니겠는가” 등의 구절을 암벽에 써붙였다.
조선 민족의 항일의식을 고취하는 격문에 일제 경찰은 색출 잡업에 들어갔고, 해를 넘긴 1919년 2월에야 평범한 농민이었던 허석을 체포할 수 있었다.
당시 검찰은 허석 선생에게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하였으며, 허석 선생은 1920년 4월 만기 출소하고 이틀만에 순국했다.
이후 60여 년이 지난 1982년에야 전두환정부는 허석 선생에게 대통령표창을 추서했으며, 이어 1991년 노태우정부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허석 선생의 5대손인 허미미는 파리 올림픽 메달에 대한 희망을 밝히며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에도 청신호를 띄웠다.
허미미의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허석 선생님도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 “앞으로도 쭉쭉 건승하시길”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