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볼 수 없는 곳 감지하는 기술
운전자 안전의식 13.5% 향상 효과
경고음 넘어 실제 제동까지 유도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안 보이는 곳은 어쩔 수가 없네요”
대형 화물차와 버스 운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각지대 사고의 해법이 등장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TS)이 보급한 ‘사각지대 감지장치’가 대형차량의 보행자 인지 능력을 확실히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동장치 작동률이 6.7% 향상되면서 실제 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제2의 눈’
대형 차량 사각지대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다. 5톤 이상 화물차의 사각지대는 8.3m로, 일반 승용차(4.2m)의 2배에 달한다.
특히 우회전이나 차선변경 시에는 운전자가 주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다. TS가 개발한 사각지대 감지장치는 이런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 장치는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작동할 때 외부 카메라가 접근하는 보행자를 감지해 내부 모니터에 상황을 보여주고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알린다. 운전자의 시야 한계를 기술로 보완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과학적 검증으로 입증된 안전 효과
TS는 지난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 경기남부와 전북 지역의 화물차 75대, 부산 시내버스 15대 등 총 90대에 사각지대 감지장치를 설치했다.
특히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테스트는 장치는 부착했지만 경고 기능이 비활성화된 ‘사전기간’과 경고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사후기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분석 결과, 경고 기능이 활성화된 사후기간에는 100km 주행 시 방향지시등 사용률이 평균 13.5% 증가했다. 이는 운전자들이 사각지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안전 의식이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위험 상황에서의 대응이다. 사후기간 동안 사각지대에서 보행자가 감지됐을 때 제동장치 작동률이 평균 6.7% 상승했다.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제 충돌을 방지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이 만드는 안전한 도로 환경
한편 대형차 사각지대 사고는 종종 “보지 못했다”는 운전자의 진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운전자의 시야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실증 결과는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히 경고에 따른 행동 변화가 데이터로 확인된 만큼, 이 기술의 법제화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TS는 앞으로 사고 빈도가 높은 지역과 차량을 중심으로 장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며, 성능 향상을 위한 고도화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TS 정용식 이사장은 “첨단안전장치가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안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운전자의 신체 인지 능력을 고려하여 첨단안전장치 보급을 통해 국민이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