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장치에 머물던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 기기로 진화하면서 차량 내부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며 기존 강자였던 마이크론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36%로 내려앉는 사이에 삼성전자는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으로 공급을 넓혔다.
자동차 부품의 특성상 차량용 품질 기준인 AEC-Q100을 충족해야 하는 데다 한 번 채택되면 수명이 7년 이상 이어져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부상한 반도체와 글로벌 생태계 확장

삼성전자는 다양한 제품군을 무기로 한국과 유럽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공급망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추세이다.
퀄컴과 보쉬, 테슬라, 덴소처럼 차량용 플랫폼과 전장 부품 생태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점이 이번 성과의 발판이 되었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빨라짐에 따라 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차량 내부에서 고해상도 대형 디스플레이를 구동하고 인공지능 기능을 매끄럽게 구현하려면 고성능 저장장치와 고대역폭 메모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으로 대전환을 시도할수록 스마트폰이나 PC에 쏠려 있던 메모리 수요처가 자동차 분야로 대폭 다변화될 전망이다.
영하의 혹한과 영상의 고온, 끊임없는 진동을 견뎌야 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사소한 데이터 오류가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될 만큼 대단히 민감한 부품이다.
이 때문에 철저한 품질 인증과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이 요구되어 단기간에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신뢰성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존 메모리 사업의 한계를 긴 수명과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보장하는 자동차 시장을 통해 보완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디지털 경험을 결정하는 기술 협력과 다가올 모빌리티의 미래

소비자가 직접 반도체 브랜드를 선택하지는 않지만 고성능 메모리의 탑재는 차량 내부에서 체감하는 디지털 경험의 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실시간 주행 정보의 빠른 처리와 매끄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내 인공지능 비서 등의 기능은 모두 메모리의 연산 속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차량 생산 지연을 막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로벌 미래차 공급망 안에서 한국 반도체의 입지가 한층 단단해진 만큼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와 반도체 기업 간의 동맹은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