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뺨 친다는 이 車”…트럼프 한마디에 ‘초위기 사태’? 얼마나 심각하길래

유로7 규제 앞둔 로터스, 에미라에 PHEV 탑재
판매 급락·미국 관세 직격탄에 전략 수정
포르쉐·콜벳과 맞붙는 생존 경쟁 돌입

전기차 올인 전략을 선언했던 로터스가 결국 방향을 틀었다.

오는 2027년, 브랜드의 상징인 스포츠카 에미라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며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택한 것이다.

배경에는 강화되는 규제와 심각한 판매 부진이라는 이중고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관세·EV 부진까지… 로터스를 흔든 연이은 악재

순수 내연기관의 상징이었던 에미라는 강화되는 유로 7 배출가스 규제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했다. 기존에 탑재되던 메르세데스-AMG의 4기통 터보 엔진과 토요타의 V6 엔진만으로는 더 이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로터스는 AMG 엔진 모델을 단종하고 V6 엔진을 개선하는 동시에, 이른바 ‘하이퍼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새로운 PHEV 버전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술은 올해 SUV 모델 엘레트라에 먼저 적용된 후 2027년 에미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로터스의 전략 수정에 쐐기를 박은 것은 참담한 판매 실적이었다. 에미라는 올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891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나 급락했다. 이는 로터스 전체 판매량을 반 토막 낸 결정적 요인이었다.

가장 큰 타격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발생했다. 지난 4월부터 수입 관세가 27.5%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고, 이는 주요 고객 이탈과 딜러망 마비로 이어졌다.

7월 영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관세가 15%로 인하되며 수출이 재개됐지만,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순수 전기차 라인업 역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럭셔리 전기 SUV 엘레트라와 세단 에메야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거두면서, 고급차 소비자들의 더딘 전기차 전환 속도라는 현실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올 상반기 3억 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로터스는 전기차로의 급진적 전환 대신 하이브리드라는 현실적 대안을 꺼내 들었다.

유럽에서 시작해 글로벌로… 에미라 PHEV의 행보

에미라 PHEV는 규제 대응이 시급한 유럽과 영국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다. 이후 미국,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등 기존 에미라 판매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로터스 테크놀로지의 본사가 있는 중국에서는 브랜드의 전략적 거점인 만큼 빠른 시장 공략이 예상된다.

향후 에미라 PHEV는 포르쉐 718의 순수 전기 후속 모델, 쉐보레 콜벳 E-Ray, 메르세데스-AMG의 하이브리드 쿠페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로터스는 오랜 시간 다져온 경량화 기술과 날카로운 주행 감각에 PHEV의 실용성을 더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때 브랜드의 불투명한 미래를 상징하는 듯했던 에미라가 스포츠카의 본질을 지키며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로터스의 이번 선택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