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니어도 최고 대우합니다”…57년 묵은 금기 깬 정의선 회장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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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철학 / 출처 : 현대차그룹

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현대자동차 사령탑에 창사 이래 최초로 ‘외국인 CEO’가 앉은 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 1월 공식 취임한 스페인 출신의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체제가 안착하면서, 철저한 순혈주의를 자랑하던 재계의 오랜 금기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업계에서는 이 파격적인 행보를 두고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벤트가 아니라, 선대 회장이 닦아놓은 단단한 반석 위에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진화의 정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품질 뚝심’이 틔운 글로벌 경영의 꽃

오늘날 현대차가 외국인 수장을 비롯해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과감히 품을 수 있는 배경에는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완성된 굳건한 ‘품질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철학 / 출처 : 현대차그룹

지난 1999년 미국 시장에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했던 ’10년·10만 마일 무상 보증’은 현대차를 잔고장 많은 차에서 ‘믿고 타는 차’로 각인시켰다.

전 세계 어디서든 균일하고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하드웨어적 표준화가 완성되었기에, 다음 단계의 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의선 회장의 인사 철학은 바로 이 튼튼한 토대 위에서 ‘누가 조직을 이끌어야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년회 메시지를 통해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실력주의를 선언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철학 / 출처 : 현대차그룹

실제로 북미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던 무뇨스 사장을 전격 발탁한 것은, 선대가 품질로 다져놓은 글로벌 영토를 가장 잘 확장할 적임자에게 지휘봉을 넘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자동차 회사를 넘어, 경계를 허문 인재 영입

이러한 경영 철학의 진화는 채용과 인사 시스템 전반에서 확연히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기수 중심의 끈끈한 결속력이 대규모 공장을 차질 없이 돌리는 원동력이었다면,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에는 전혀 다른 융합적 전문성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19년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을 도입하며 조직 체질을 바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철학 / 출처 : 연합뉴스

이후 자동차의 범주를 넘어 네이버,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핵심 인재들을 소프트웨어와 커넥티드카 부문으로 대거 흡수해 왔다.

나아가 전직 미국 외교관인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그룹 전략기획 담당 사장으로 영입하며 또 한 번 진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와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대외 정책 전문가를 경영 최전선에 배치한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현대차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일군 ‘압도적 품질’이라는 뼈대 위에, 정의선 회장의 ‘국적과 경계를 초월한 실력주의’가 더해져 완성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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