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지난 11일 미 해군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통과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의 일환으로, 특정 국가의 과도한 영유권 주장에 맞서 국제법상 권리를 물리적으로 행사하는 고도의 전략적 행위다.
하지만 이란 측이 “미 함정이 경고를 받고 후퇴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좁은 해협을 둘러싼 해상 주도권 싸움은 다시 한번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총성 없는 전쟁, ‘항행의 자유’의 민낯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구축함의 통과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강한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미 해군은 매년 전 세계 수십 곳에서 이러한 작전을 수행하지만, 중동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호르무즈에서의 행보는 군사 작전과 법 집행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는 이러한 대치가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증명한다.
1988년 4월, 미군은 자국 구축함이 기뢰에 피격되자 ‘사마귀 작전’을 개시해 단 하루 만에 이란 해군 전력의 절반을 궤멸시킨 바 있다.
당시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승기를 잡았으나, 고조된 긴장감은 뜻밖의 곳에서 비극을 낳았다.

불과 3개월 뒤, 미 순양함 빈센스함이 접근하는 이란 민항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격하며 29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60cm의 오판, 한반도로 튀는 불똥
해상에서의 ‘오판’은 기술적 고도화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인적 오류의 영역이다.
상대 함정과의 거리가 수백 미터 이내로 좁혀지는 호르무즈 해협의 특성상, 레이더상의 작은 점 하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휴전은 순식간에 종잇조약으로 변할 수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21시간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미군이 군함을 보낸 타이밍에 주목하며, 이것이 이란의 ROE(교전규칙)를 시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긴장은 지구 반대편 한국 해군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과거 청해부대를 파견해 우리 선박의 항로를 보호했던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이란 간의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억류된 선박 26척의 귀환이 영구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구상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화약고가 된 호르무즈에서, 구축함의 항적 하나가 전 세계 유가와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뇌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