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만 안 들었지 이미 전쟁?”…잠수함들 쫓아다니며 ‘소음 패턴’ 쓸어 담은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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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군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해군 정보수집함 ‘유리 이바노프’함이 북대서양 노르웨이해에 나타났다. 나토의 대잠수함 연합훈련인 ‘다이내믹 몽구스’가 한창이던 해역 바로 옆이다.

포르투갈 호위함과 영국 헬기가 즉각 감시에 나섰다. 한 발의 포격도 없었지만, 차가운 북극 바다 위에는 보이지 않는 수중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은밀함이 생명인 잠수함 작전을 관찰할 수 있는 훈련장은 적에게 거대한 정보 창고다. 정보수집함은 전파와 소리를 모아 상대 전력의 운용 패턴을 해부한다.

이들은 상대 레이더 주파수와 통신 신호, 잠수함 추진기·기계류가 만드는 ‘음향서명(Acoustic Signature)’을 수집한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나토 해군의 탐지 절차와 기동 습관까지 추적할 수 있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핵억제의 최전선

러시아산 아쿨라급 핵잠수함
러시아산 아쿨라급 핵잠수함 / 출처 : 연합뉴스

북대서양과 북극해는 러시아 잠수함이 대양으로 나가는 길목이자 나토의 요충지다. 특히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GIUK 갭’은 수중 방어의 핵심선이다.

이곳에서의 대잠전 능력은 유사시 대서양 해상 보급로를 지키는 핵심 축이다. 나아가 전략잠수함의 생존성과 해상 핵억제를 떠받치는 현대전의 가장 민감한 전장이기도 하다.

나토가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훈련을 공개할수록 정보 유출의 위험은 커진다. 역설적이게도 적에게 가장 생생한 최신 군사 정보를 제공하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결국 잠수함전은 바닷속 전투에 그치지 않는다. 해상초계기, 수상함, 정찰위성이 주고받는 전자정보와 통신이 거미줄처럼 얽히는 거대한 네트워크 전장이다.

한반도 바다에 던지는 경고장

러시아
한국 해군 / 출처 : 연합뉴스

이 사건은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해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군은 북한의 디젤 잠수함 위협과 중국 해군의 급격한 팽창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잠전은 성능 좋은 소나(음파탐지기)만으로 이길 수 없다. 평시에 우리 전력의 노출을 철저히 통제하고, 무엇을 보여주고 감출지 결정하는 고도의 보안 싸움이다.

동해와 남해의 연합훈련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국의 해상감시선은 항상 우리의 훈련 패턴을 노린다. 전력을 과시하려다 오히려 작전 습관을 노출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제 해군 경쟁은 함정의 숫자가 주는 위압감에 머무르지 않는다. 평시 정보전 속에서 상대의 소리와 전파를 얼마나 정밀하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평시 감시는 곧 전시 리허설이다

대잠수함전 헬기 훈련 자료 이미지
미 해군 / 출처 : 미 해군

국제수역 정찰은 법적으로 막을 명분이 약한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술이다. 그렇다고 훈련장 주변의 감시선을 방치하면 핵심 전술이 그대로 넘어간다.

따라서 평시 훈련의 무선침묵(EMCON) 유지를 실전 작전 능력으로 다루어야 한다. 감시선이 전파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통신을 제어하고 거짓 신호를 섞는 교란이 필수적이다.

적이 나타나면 훈련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유연함도 보여야 한다. 고정된 각본대로만 움직이는 훈련은 적에게 아군의 전술 교범을 통째로 읽어주는 꼴이다.

평시에 수집된 작은 정보 조각들은 유사시 바다의 통제권을 결정짓는 단초가 된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평시의 감시 경쟁은 이미 시작된 전쟁의 리허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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