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위대가 필리핀 영토에서 88식 지대함미사일 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상 억제 구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일본의 대함미사일이 자국 영토를 벗어나 필리핀 전장 환경에서 발사된 이번 장면은 단순한 군사 훈련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과 해상 민병대의 거센 압박을 마주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동중국해와 대만 주변의 안보 위기를 깊게 우려해왔다.
두 나라가 미군 주도의 연합훈련 속에서 대함미사일 운용을 직접 시연한 것은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고 도서 지역을 방어하겠다는 강력한 공동의 신호로 읽힌다.
섬과 해협을 조여매는 지상 기반 미사일의 억제 공식

이번 훈련에 투입된 88식 지대함미사일은 해안가에서 접근하는 적의 군함을 타격하여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일본 육상자위대의 핵심 전력이다.
섬이 많고 해협이 좁은 인도태평양 전장에서는 이러한 지상 기반 대함미사일이 상대 함대의 자유로운 기동과 해상 접근을 제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대형 함정 위주의 해전에서 벗어나, 섬과 해안선에 분산 배치된 미사일 기지들이 저비용으로 적의 해상 진입을 저지하는 비대칭 전략인 셈이다.
그동안 평화헌법과 역사적 과제 등으로 인해 해외 군사 활동에 극도로 신중했던 일본이 무기 운용 장면을 직접 노출한 것은 방위 역할의 급격한 확대를 시사한다.

남중국해에 강한 영유권을 주장해 온 중국 입장에서는 필리핀과 미국, 일본이 엮어내는 다자간 압박 구도가 전술적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변수가 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일회성 사격 훈련이 곧바로 일본 미사일 부대의 필리핀 상시 배치나 완벽한 전투 준비 태세 구축으로 바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유기적인 억제력을 발휘하려면 군수 장비를 신속하게 수송하고 우방국의 통신망 및 지휘체계와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고난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장병들의 현지 출입이나 탄약 반입,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 등 필리핀 국내 정치적 수용성과 지루한 법적 행정 절차를 조율하는 과정도 장기적인 과제이다.
해상 네트워크의 결합과 한반도 바닷길의 미래 지표

나아가 대함미사일은 발사대뿐 아니라 먼바다의 표적을 탐지할 감시망과 미군·필리핀군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 체계가 결합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사격은 미군과 필리핀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발리카탄’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동맹국의 분산 억제 구상을 구체화하는 한 장면으로 평가된다.
원자재와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을 바닷길에 의존하는 한국에게도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의 안정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
일본과 필리핀의 밀착이 가속화될수록 우리 역시 인도태평양 안보 연대 속에서 어떤 수준의 역할을 분담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