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반가운 분석이 나왔다. 과거 메모리 호황 때마다 반복됐던 ‘사이클 끝나면 폭락’ 패턴이 이번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가 수치로 제시된 것이다.
핵심은 기업 고객 비중이 불과 몇 년 만에 이전 호황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는 점인데, 이 변화가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니라 매출 구조 자체를 뒤집고 있다.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기억하는 투자자라면 공식처럼 외운 문장이 있다.
‘반도체는 오르면 반드시 내린다.’ 스마트폰·PC 수요가 소강되면 재고가 쌓이고 단가가 무너지는 패턴이 수십 년간 반복됐기 때문이다.
2017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그런데 KB증권은 22일 SK하이닉스 보고서에서 이 공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2026~2027년 메모리 상승 사이클은 외형상 2017~2018년과 유사하지만, 매출 구조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2017년 SK하이닉스의 빅테크·데이터센터향 기업 간 거래(B2B)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 수준이었다. 나머지 70%는 스마트폰·PC 등 소비자향이었다.
소비 경기가 꺾이면 곧바로 실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2027년에는 이 비중이 70%로 역전될 전망이다.
구매자가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구글·메타 같은 빅테크가 된다는 의미다.
‘계약서’가 실적을 바꾼다

이 구조 전환의 핵심 동력은 장기공급계약(LTA)이다. LTA는 말 그대로 반도체를 몇 년치 물량을 미리 계약하고 납품하는 방식으로,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일정 수량이 보장된다.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해지면 이익 변동성이 낮아지고, 증시에서는 이를 두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높게 쳐줄 수 있다’는 근거로 삼는다.
과거 수요 예측을 틀릴 때마다 주가가 반 토막 났던 사이클 주식이 안정적 이익을 내는 B2B 플랫폼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수요 붕괴 우려, 실제로는 정반대 방향

물론 반론도 있었다. 중국 문샷AI의 ‘키미 K3’ 공개 이후 알고리즘 효율화로 AI 추론에 필요한 메모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KB증권은 이를 과거 딥시크 등장 당시와 같은 ‘단기 소음’으로 규정한다. 논리는 이렇다.
추론 1회당 필요한 메모리가 3분의 1로 줄어들어도, AI 사용량이 20배 늘어나면 메모리 총수요는 오히려 7배 증가한다.
효율이 높아지면 멀티 에이전트(여러 AI가 연동돼 동시에 작업하는 방식)를 더 많이 돌리게 되고, 낮아진 비용이 수요 폭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6년 구글의 AI 투자 규모는 약 270조원, 메타는 약 220조원으로 추정된다.

메타는 2026년 7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027년에 7GW를 추가해 총 14GW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AI 가속기에 쌓아 올리는 초고속 메모리)은 이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KB증권은 2027년부터 HBM 생산 비중 확대로 범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공급이 막히면서 동시에 B2B 수요가 구조적으로 고착된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