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을 기점으로 저렴한 ‘드론(무인기) 물량전’이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도의 타격 정밀도와 첨단 기능이 방공망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값싼 적의 무인기를 ‘마찬가지로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요격체계로 막아내는 산업적 생산 능력이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20만 달러로 2만 달러 무인기 잡다 파산”…현실 직시한 유럽
최근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와 에스토니아 기술기업 프랑켄버그 테크놀로지스는 폴란드 현지에 초단거리 대드론(Anti-Drone) 방어체계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공장은 러시아가 주로 사용하는 ‘샤헤드’와 같이 느리지만 저렴한 자폭 드론을 잡기 위해 설계된 요격 미사일 ‘마크 1(Mark 1)’을 연간 최대 1만 발 규모로 쏟아낼 계획이다.

유럽이 이처럼 대대적인 대드론 전용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배경에는 뼈아픈 비용의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2만 달러에 불과한 저가 자폭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20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방공 미사일을 소모하는 방식은 결국 국방 예산 고갈과 요격망 마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응해 개발된 마크 1은 소형 고체연료 엔진을 달아 즉각 발사가 가능하며, 무거운 금속 대신 가볍고 저렴한 유리 파편을 500g 탄두에 적용해 드론의 동체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저비용 설계가 돋보인다.
화려한 장비 스펙보다 단가를 극단적으로 낮춰 ‘적의 드론보다 많은 요격 미사일을 찍어내는’ 물량전의 본질에 집중한 것이다.
드론 떼에 노출된 방공망…한국 ‘킬체인’의 과제

군사 및 안보 전문가들은 유럽의 이러한 기조 변화가 한국군의 핵심 방어 전략인 ‘한국형 3축 체계’와 선제타격 기반의 ‘킬체인(Kill Chain)’ 운용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분석한다.
킬체인은 적의 도발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해 타격하는 고비용·고효율의 첨단 체계지만, 현대전의 양상이 값싼 무인기의 대량 투입으로 바뀌면서 방어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만약 북한이 고가의 유도 무기 대신 수백, 수천 대의 값싼 무인기를 미사일과 섞어 쏘는 혼합 형태의 ‘벌떼 공격(스웜)’으로 기습을 감행할 경우, 이를 방어해야 할 패트리어트나 천궁 같은 한국군의 핵심 요격 자산이 순식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끼 드론들에 방공망의 요격탄이 집중적으로 소모되는 사이, 킬체인을 구성하는 타격 자산과 지휘 통제소가 후속 기습에 노출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결국 미래 대공 방어망의 핵심은 값비싼 소수 정예 무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보급’과 압도적인 ‘생산량’을 뒷받침할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방산업계 주변에서도 이제는 요격 장비의 화려한 시연 성과를 뽐내는 수준을 넘어, 실전에서 얼마나 싸고 빠르게 요격체를 양산해 전방에 보급할 수 있는지 산업적 대드론 방어 태세를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