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대만을 향해 꺼낸 카드는 이번엔 전투기나 미사일이 아니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불안이 극에 달한 틈에, 베이징은 “통일되면 에너지가 안정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대만이 즉각 “인지전”이라고 반발한 이유는 분명하다. 전쟁은 총알보다 먼저, 전기와 가스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조국이 에너지를 지켜준다”
3월 18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평화적 통일은 ‘강한 조국’을 배경으로 대만의 에너지·자원 안보를 더 잘 보호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대만 동포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이며, 통일 시 전력·천연가스·원유의 부족을 해소하고 더 저렴하고 청정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항로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나왔다.
대만은 전체 LNG 공급의 약 30%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공급 차질로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은 이 에너지 불안을 정치적 레버리지로 전환하려 한 것이다.
대만의 반응 “인지전이다, 불가능한 이야기”
대만 경제부 허진창 차관은 같은 날 의회에서 “당연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것은 인지전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에너지 측면에서 대만은 이미 안전 비축분과 대응 계획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민진당 회의에서 “이번 달과 다음 달의 에너지 공급은 확보되어 있다”며 미국산 LNG 도입 확대를 언급했다.

실제로 대만은 중국에서 에너지를 전혀 수입하지 않는 구조다. 기존 약 10%이던 미국산 LNG 비중이 새로운 계약을 통해 6월부터 30~33%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은 미국과 2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에너지 분야 투자를 포함한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작 중국도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아이러니
이 제안의 신뢰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것은 중국 자체의 에너지 사정이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불과 일주일 전 국내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3월 말까지 연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 조치로 차단된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220억 달러에 달한다.
자국 내 에너지 수출마저 막아놓고, 대만에는 “통일하면 안정적 에너지를 주겠다”고 제안한 셈이다. 외신은 이 모순을 두고 베이징의 ‘가스 낚싯바늘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독자에게 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카타르에너지 CEO는 19일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연간 900만~1,000만 톤의 LNG를 카타르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수입량의 25~30%에 해당한다. 카타르에너지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고,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카타르 의존도를 20% 미만으로 낮췄다고 설명하지만, 장기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 현물 시장 의존에 따른 가스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대만에 던진 ‘에너지 통일론’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에너지 의존 구조가 곧 안보 취약점이 되는 시대, 미사일보다 먼저 LNG가 지정학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이 교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