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협력 차질에, 중국발 악재까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엑소더스(대규모 이탈)가 멈출 줄 모른다.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49.99%까지 추락했다.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AI 기업발 쇼크까지 덮치며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6개월간 삼성전자 주식 22조 8810억원어치를 쏟아냈다.

지난해 7월 56.55%까지 치솟았던 외국인 지분율은 불과 반년 만에 50% 아래로 무너졌다. 주가도 작년 7월 8만 7000원대에서 5만원대로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이러한 대규모 매도의 배경에는 여러 악재가 겹쳐있다. 지난해 하반기 엔비디아에 대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 둔화와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과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중국발 딥시크가 몰고 온 충격

여기에 중국발 악재가 결정타가 됐다. 지난달 27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저비용으로도 첨단 AI 개발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용 HBM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진 것이다.

딥시크 쇼크의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충격 이후 첫 거래일인 31일, 외국인은 하루에만 7005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5만 2400원까지 미끄러졌고, 3일에도 2.67% 추가 하락하며 5만 1000원선까지 밀렸다. 이는 미국 엔비디아 주가 하락과 함께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해 상반기 내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의 이종욱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주주 환원 프로그램이 발표되면 상반기 중 반등할 수 있다”며 “1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분기 이익 바닥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장 마감 직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주가 반등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HBM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기업의 기술력 회복과 시장 상황 개선이 실질적인 주가 반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