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팔고 여기로?”… 중동 위기 속 외국인들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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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 증시 변동 / 출처 : 연합뉴스

2026년 2월 말부터 3월 초, 한국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정유·에너지 관련 종목은 급등했다.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한 변수는 군사 충돌 자체가 아니라 석유였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나들며 상승 압력을 받았고, 이재명 대통령의 담합 단속 강경 발언에도 휘발유값은 계속 뛰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화석연료 공급망 위에 서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페르시아만 입구의 좁은 바닷길, 호르무즈 해협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하루 2000만 배럴,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는 길목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이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석유 무역 기준으로는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액화천연가스(LNG)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통로를 거쳐 가며, 카타르가 수출하는 LNG 대부분이 이 경로를 이용한다.

호르무즈 해협
한국 증시 변동 /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의 80% 이상이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한국이 중동 긴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이나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송유관이 일부 우회 수송을 가능하게 하지만, 처리 가능한 물량은 하루 약 350만 배럴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2000만 배럴의 15%에 불과하다.

즉, 이 해협이 막힐 경우 세계 석유 공급의 상당 부분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시리아나’가 그린 석유 권력, 20년 후에도 현실

200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시리아나’는 중동 석유를 둘러싼 권력 정치를 그렸다. 맷 데이먼과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개혁 성향 왕세자는 석유 수익을 교육과 산업에 투자하려 한다.

동시에 미국 석유 기업 대신 다른 국가와 에너지 협력을 추진한다. 그러자 왕세자는 미사일 공격으로 제거된다.

원유
한국 증시 변동 / 출처 : 연합뉴스

‘권력 구조 장치’인 에너지 패권을 형해화하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 조승연은 “미국과 산유국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는 허구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중동 정치와 에너지 산업, 국제 권력이 얽힌 질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이란 긴장 역시 이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이란의 핵 개발 문제와 이스라엘·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충돌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졌지만, 국제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군사 충돌 그 자체보다 에너지 공급망이다.

기후 정책의 역설… 유가 급등하면 ‘탈탄소’ 속도 늦춰져

석유 수급 문제는 이제 기후 위기와도 직결된다. 각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과 히트펌프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긴장처럼 에너지 공급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치와 경제의 우선순위는 다시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이동한다.

주유소
한국 증시 변동 /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각국 정부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에너지 가격 안정 정책을 우선한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나 탄소 가격 정책 완화 같은 조치가 논의되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에너지 시장 변동성을 키우며 에너지 전환 정책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석유 가격 상승은 운송·산업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려 경기 둔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 자체도 기후 문제와 연결된다. 군사 충돌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석유 시설 파괴나 유전 화재는 환경 피해를 남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유전 약 700곳이 불타면서 대기 중으로 막대한 오염 물질이 방출됐고, 사막 위로 치솟은 검은 연기는 몇 달 동안 꺼지지 않았다. 결국 중동의 군사 긴장은 단순히 유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향까지 흔드는 변수인 것이다.

화석연료 가격 충격이 커질수록 에너지 전환 정책은 단기적으로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코스피의 급등락 뒤에는 결국 같은 질문이 남는다. 세계가 아직도 얼마나 석유에 묶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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