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0% 소비쿠폰? “이 정도 상황일 줄은”…이재명 정부가 받은 통계치에 ‘화들짝’

정부부채 사상 최고 경신
소비쿠폰으로 민생 회복 시동
환율 불안 속 재정 확대 우려

올해 1분기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35년 만에 처음으로 47%대를 돌파했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오르던 부채가 결국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국민 90%에게 10만원씩 소비쿠폰을 뿌리기로 했다. 재정 건전성과 민생 회복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 것이다.

35년 만의 충격, 정부부채 47% 돌파

17일 BIS가 발표한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47.2%를 기록했다.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 1분기만 해도 이 비율은 40.3%였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3년 1분기 44.1%, 2024년 1분기 45.2%를 거쳐 올해 초 마침내 47%대를 넘어섰다.

정부부채 총액은 1212조원에 달했다. 원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물론 일본(200.4%)이나 미국(107.7%)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편이다. OECD 28개국 중 18위 수준이다.

하지만 상승 속도가 문제다. “이렇게 빨리 오를 줄은 몰랐다”는 것이 재정당국의 속내다.

전 국민 90%에 10만원씩… 재정 부담 가중

이런 와중에 정부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강행한다. 22일부터 신청을 받아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가구 합산 소득 하위 90%다. 직장가입자 기준 1인 가구는 건강보험료 22만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연 소득 약 7500만원 수준까지 포함된다. 4인 가구는 51만원 이하가 기준이다.

다만 재산세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나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 가구는 제외된다.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다.

1차 소비쿠폰은 이미 5080만명이 신청해 9조 693억원이 지급됐다. 대상자의 99%가 신청한 셈이다. 2차까지 합치면 20조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된다.

환율 불안까지 겹쳐… “위험한 도박”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정부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환율 불안이 변수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즉시 0.04% 상승한다. 1년 누적으로는 0.13%까지 오를 수 있다. 수입물가 상승이 서민 경제를 직격한다.

소비쿠폰이 단기적으로는 내수를 살릴 수 있다. 실제로 1차 쿠폰 지급 후 소상공인 매출과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리면 오히려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를 살리려다 환율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경고했다. “가계와 기업 신용 레버리지가 모두 장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가계부채는 GDP 대비 89.5%로 OECD 31개국 중 6위다. 기업부채는 111.3%로 12위다. 정부, 가계, 기업을 합친 국가 총부채는 637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는 민생 회복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랏빚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미래의 위험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