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입하면서도 정작 돌려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금융당국이 7일 밝힌 바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았던 보험금 약 3조2천470억원(80만건)이 환급됐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10조3천억원이 넘는 보험금이 소비자 손에 닿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10조원이 잠든 이유
보험금이 청구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깜빡해서’가 아니다. 이사나 번호 변경으로 보험사 안내문이 끊기거나, 고령 계약자의 경우 가입 사실 자체를 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금리 시절 가입한 보험이라 이자가 계속 붙을 것’이라는 오해가 만기 이후에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주된 이유로 공식 문서에 반복 지적된다. 실제로는 만기 후 경과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관상 이자율이 대폭 낮아지며, 지급 사유 발생 후 3년이 지나면 ‘휴면보험금’으로 전환돼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출연되는 구조다.
중도·만기·휴면, 3단계 소멸 경로

2025년 말 기준 잔액 10조3천억원의 구성을 보면, 중도보험금이 7조7천667억원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만기보험금이 1조9천억원대, 휴면보험금이 6천억원대 순이다. 중도보험금은 보험 계약이 살아 있는 도중 지급 사유가 발생했지만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금액이다.
마치 은행 계좌에 입금은 됐는데 출금 신청을 안 한 상태와 같다. 찾아가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이자율이 낮아지고, 결국 3년 후에는 휴면 전환이라는 3단계 소멸 경로를 밟는다.
환급 캠페인이 본격화된 이후 잔액이 2025년 말 10조3천억원으로 줄어든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수조 원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망보험금과 고령자 사각지대

문제는 취약계층일수록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 상속인이 보험금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아,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사망자 정보를 확인한 뒤 상속인에게 우편으로 안내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 소비자를 위해서는 2024년부터 큰 글씨와 핵심 내용을 1면에 배치한 전용 안내장을 별도 제작하고, 보험사 모바일 앱 고령자 모드에 숨은보험금 조회 메뉴 추가를 의무화했다. 또한 기존에는 본인확인(CI) 이력이 있어야만 모바일 전자고지가 가능했으나, 2024년부터는 한 번도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금융취약계층에도 모바일 안내가 확대됐다.
조회 전 반드시 확인할 것

숨은보험금 조회는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내보험찾아줌’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할 수 있다. 단, 조회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유사 사이트가 실제로 존재한다.
미청구보험금 환급을 미끼로 연락처를 수집해 판매하는 업체도 있으므로, 인터넷 검색 시 URL과 개인정보 이용 목적·이용약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험 권유 전화가 오면 먼저 의심하는 것이 맞다.
2025년 한 해 환급 건수가 80만 건에 달한다는 사실은, 찾아가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