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동안 이런 적은 처음이다. 이제 정말 문 닫아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양천구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60대 A씨는 40년 전 군에서 정비병으로 복무했다. 제대 후 경력을 살려 정비소에 취업했고, 이후 5년간의 경력을 쌓은 후 자신의 사업체를 꾸리게 됐다.
정비업체를 운영하며 번 돈으로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아 계속해서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드는 고객으로 인해 한숨만 쉬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13년 사이 ‘카센터’라 불리는 전문정비업체의 수가 2010년 3711개에서 2023년 2786개로 약 1000개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이는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으로 내연기관 차량 정비소의 폐업이 늘어나고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카센터 폐업률이 높아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구 장안동 자동차 정비소 거리에 가보면 대형 자동차 매매 단지가 인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다.
27년간 정비업을 이어온 B씨는 “최근 2~3년 사이에 주변에서 정비소가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꾸는 경우가 늘었다”며 “오늘 오전에 정비한 차량 중에는 내연기관 SUV가 단 한 대뿐”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카센터 시장이 빠르게 사라지는 원인으로는 자동차 시장의 무탄소 전환이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보조금 혜택을 받는 상용차의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후차의 조기폐차가 늘어나면서 정비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조기폐차 지원 대상을 확대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4등급 경유차는 15만 대, 5등급은 11만 대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 자동차의 누적 등록 대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화석연료 자동차는 전년 대비 8만5000대 줄었으며, 친환경차는 53만대 증가했다고 한다.
자동차 시장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비업계의 위기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로의 전환에 따라 내연기관 부품 중심의 정비 수요가 현재 대비 약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환을 고려하지 않는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비업체 대표들은 최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비 업계는 산업 전환에서 배제되어 소외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간의 ‘미스매치’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차타기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업체가 부족해 전기차 소유자들이 수리를 기다리는 데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래형 자동차정비소 전환 시범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