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강경파 매체 카이한이 종전 조건 중 하나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식 언급하면서 국제 사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단순히 경제 제재 해제나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국제 안보 질서의 근간인 ‘비확산 체제’ 자체를 인질로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이란이 내세운 논리가 과거 북한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NPT 제10조는 회원국이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국제 사회에 통보하고 조약을 탈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을 실제로 실행에 옮겨 조약을 떠난 전례는 현재까지 2003년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이 열었던 문, 이란도 그 길을 따르나

북한은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사찰 요구와 미국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 제기로 촉발된 이른바 ‘2차 핵위기’ 국면에서 이 조항을 활용했다.
북한은 미국의 압박이 국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NPT 탈퇴를 선언했고, 이후 수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혔다.
이란 역시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압박과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실제로 NPT를 탈퇴할 경우, 북한이 걸어갔던 핵무력 완성의 길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세계 10번째 핵보유국 탄생과 중동 ‘핵 도미노’

만약 이란이 핵 개발에 성공한다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국가군에 새로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공식적인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P5)과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북한, 그리고 핵 보유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보유국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에 이은 순서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의 핵무장이 불러올 연쇄 반응이다. 이란과 중동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수차례 “이란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가질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여기에 터키와 이집트까지 핵 주권 논의에 가세할 경우, 중동 전체가 통제 불능의 ‘핵 도미노’에 빠지게 된다. 이는 1970년 NPT 체제 출범 이후 전 세계가 가장 경계해 온 최악의 시나리오다.
협상용 벼랑 끝 전술인가,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인가

시장에서는 이란의 이러한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막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력한 ‘레버리지’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NPT 탈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순한 엄포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시간을 번 뒤, 그 사이 핵 능력을 임계점까지 끌어올리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조약 탈퇴 후 국제 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 무력을 완성했듯, 이란 역시 국제 법적 절차의 허점을 파고들어 핵무장으로 가는 문을 열려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