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영웅을 상징하는 단어인 ‘에이스(Ace)’의 개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과거 적의 전투기 5대 이상을 격추한 엘리트 조종사에게만 허락되던 이 영예로운 칭호가, 이제는 땅 위에서 모니터와 대공 시스템을 다루는 지상군 병력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영국군이 사상 처음으로 ‘드론 에이스’의 탄생을 공식화하면서, 화려한 공중전 대신 무인기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현대전의 냉혹한 변화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비행기 안 타는 사상 첫 ‘격추왕’ 탄생

외신과 2026년 3월 영국 국방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에서 작전 중인 영국 왕립공군(RAF) 연대 소속 대공 방어망 운용 요원 4명이 사상 첫 ‘드론 에이스’ 칭호를 부여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립된 에이스의 기준은 적 항공기 5대 격추다.
이들 4명의 요원은 지상에서 대드론 방어 체계를 운용하며, 각자 5기 이상의 적대적인 이란제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비행 조종간을 단 한 번도 잡지 않은 지상 방호 인력들이 당당히 하늘의 격추왕 자리에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군집 드론과 자폭 무인기 공격을 막아내는 요격수의 역할이 전투기 조종사 못지않게 중요해졌다는 공식적인 군사적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창보다 방패가 주목받는 전장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의 전쟁 양상이 극단적인 가성비 무인기 공격과 이를 막아내는 방어망의 싸움으로 압축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최첨단 전투기가 하늘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저렴한 자폭 드론 수십 대가 쏟아지는 물량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어하느냐가 전선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영국군이 이번에 에이스 칭호를 부여한 요원들 역시, 복잡한 전파 교란과 대공 요격 기술이 통합된 첨단 시스템을 통해 아군의 기지와 병력을 완벽히 방어해 냈다.
적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공격수보다, 비처럼 쏟아지는 자폭 드론을 막아내는 튼튼한 방패의 역할이 전장에서 더 큰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군 전력 구조에도 시사점 크다

하늘의 영웅이 전투기 조종사에서 대드론 요격수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의 비대칭 무인기 위협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한국군에게도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군 역시 값비싼 주력 전차나 전투기 위주의 전통적 인력 운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전자전 운용자, 대드론 요격수, 기지 방호 전문 인력 등 새로운 개념의 전문 병력 육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값싼 드론 수천 대가 예고 없이 쏟아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소수의 화려한 파일럿보다, 촘촘한 대공 방어망을 능숙하게 다루는 다수의 지상 요원들이 훨씬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영국군에서 탄생한 첫 드론 에이스는 미래 전장의 주역이 이미 완전히 바뀌었음을 증명하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