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글로벌 시장 ‘출렁’이는 이유, 이거였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 확대로 불안감 고조
트럼프의 관세 조치와 의회 감세 논의 악재로
전문가들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될 것”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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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폭등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국채가 흔들리고 있다. 그토록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미국 국채 시장에 이례적인 투매 현상이 발생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장기 국채 금리가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하면서 금융 전문가들은 추가 충격파가 몰려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례적인 금리 격차 확대

지난 1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966%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30.2bp(1bp=0.01%p) 상승한 수치다.

반면 30년 만기 장기 국채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 4.875%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주보다 46.3bp 급등한 것으로 1987년 4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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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폭등 / 출처 : 연합뉴스

이로 인해 2년물과 30년물 간 금리 격차는 90.9bp까지 확대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같은 격차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년물 대비 30년물 금리 격차가 9주 연속 확대된 것은 1992년 집계 시작 이래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만 있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492%로 전주 대비 49.2bp 급등했다. 약 24년 만에 기록된 최대 주간 상승 폭이다.

무역전쟁과 재정적자의 그림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조치와 미 의회의 감세 논의를 꼽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의회의 예산안 협상을 주시하고 있으며, 더 큰 규모의 재정적자 조짐은 국채 수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급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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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폭등 /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이 추가 관세 조치를 발표하고 의회에서 감세를 논의하는 가운데,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근본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특히 장기채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관세 조치로 인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단기물 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단기물에 비해 장기물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른바 ‘스티프너 트레이드'(Steepener trade) 베팅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시장 불안과 연준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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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폭등 / 출처 : 연합뉴스

장기물 투매 현상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들이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 포지션 청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다른 견해로는 무역 전쟁으로 기업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은행들이 고객의 유동성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보유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이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미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해외 투자자로, 이들의 움직임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연준의 개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이 필요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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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폭등 / 출처 : 연합뉴스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시장조사업체 LSEG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채권 펀드에서는 156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최대 주간 순유출 규모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 국채마저 불안정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와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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