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의료기관과 의료기기 유통사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전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병원 조달비용의 숨은 통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말부터 관련 연구용역과 집중 점검을 개시했으며, 유통 단계의 불투명한 중간 마진이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제조사와 병원 사이에서 납품 중개와 조달 관리를 독점하며 과도한 이윤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간접납품업체의 불공정 행태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병원 재단과의 긴밀한 이해관계 속에서 기형적인 매출 구조를 유지해 온 일부 유통사들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의료기기 시장의 왜곡된 실상이 확인됐다.
매출 독점과 순이익을 넘어선 배당의 속사정

의료기기 유통사가 병원에 물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순기능을 넘어, 병원 관계자와 결탁해 시장 경쟁을 제한할 때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유통업체 토탈메디칼의 경우 2025년 기준 720억 8,654만 원이라는 막대한 연간 매출을 기록하며 견고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해당 매출 중 무려 99.6%에 달하는 대부분의 자금이 을지재단 산하 병원들과의 거래에서 파생됐다는 점에서 독점적 조달 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정 사립대병원 재단에 매출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러한 기형적인 유통 경로에서는 시장 원리에 따른 정상적인 가격 인하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당 유통사는 같은 기간 29억 3,655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었으나, 지분 관계에 있는 이유인베스트에 약 31억 원의 자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벌어들인 전체 순이익보다 더 많은 자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면서 배당성향은 무려 105.6%라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사가 단순한 물류 통과 회사의 역할을 넘어 특정 주체의 이익과 배당을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통로로 작동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점검과 실태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인 만큼, 해당 업체의 명확한 위법 여부나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현 시점에서 성급히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자 지갑과 건강보험 재정으로 전가되는 비용

조달 단계에서 덧붙여진 불필요한 유통 마진은 병원비 청구서에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으로 슬그머니 전이된다.
가계 지출과 국민 전체의 보험료 부담으로 직결되는 보이지 않는 비용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입법을 통한 강력한 제도적 규제를 장착했다.
병원장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유통사와의 거래를 원천 제한하는 개정 의료기기법은 오는 2027년 12월 본격 시행을 앞뒀다.
법 시행 전까지 세부 시행령과 품목별 마진 구조를 정밀하게 규정하는 작업이 향후 국민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