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백만장자 2만 명 넘게 감소
50대 부자 도시 중 최대 낙폭 기록
고액 자산가들 해외 이주 급증

“서울의 부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세계적인 부자 도시로 손꼽히던 서울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맞고 있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와 자산 정보업체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세계 50대 부유 도시 중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백만장자 수는 2만 명 이상 감소했고, 억만장자도 5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몰락, 5계단 추락

10일(현지시간) 영국 헨리앤드파트너스와 뉴월드웰스가 발표한 ‘가장 부유한 50대 도시’ 연례 보고서는 충격적인 결과를 담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백만장자 수는 6만6천명으로, 전년의 8만2천500명에 비해 무려 1만6천500명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서울의 순위는 전년도 19위에서 24위로 5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는 50대 부유 도시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이 통계에서 말하는 백만장자는 상장사 주식과 현금 보유액, 암호화폐 등 ‘투자 가능한 유동 자산’이 미화 100만달러(약 14억7천만원) 이상인 사람을 의미한다. 부동산은 제외된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서울의 억만장자(1억달러 이상 보유자) 수도 148명으로, 전년의 195명보다 47명이나 줄었다는 점이다.

서울의 백만장자 수를 10년 전과 비교한 증가율도 17%로, 이전 10년간(2013∼2023년) 증가율 28%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는 서울의 부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원화 가치 하락과 자산가들의 엑소더스”

앤드루 어모일스 뉴월드웰스 연구총괄은 서울 백만장자 감소의 원인으로 몇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그는 “미 달러 대비 한국 원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으로, 1년 전의 1,288.0원보다 184.5원(14%)이나 상승했다.

원화 기준 코스피는 약 10% 하락했지만, 가파르게 오른 원/달러 환율이 반영된 달러 환산 코스피는 20% 이상 하락했다. 이는 달러 기준으로 서울 거주자들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많은 수의 고액 자산가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별도로 발표한 2024년 국가별 백만장자 순유출 추정치에서 한국은 1천200명으로, 중국(1만5천200명), 영국(9천500명), 인도(4천300명)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많았다.

어모일스 연구총괄은 “이와 같은 모든 요인에 있어 정치적 상황과 시위는 분명히 주요 동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갈등이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를 촉진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