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거기 투자한 거 아니지?”… 철석같이 믿었다가 날벼락 맞은 고령층 ‘발 동동’

전문가 사칭 온라인 투자 사기 기승
1년 동안 누적 피해액 1조 원 육박
고수익 미끼, 비정상적 유혹 경계해야

전문가로 위장한 온라인 사기꾼들이 첨단 기술까지 동원해 투자자들의 자산을 노리는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명인의 이미지를 무단 활용하거나 인공지능으로 영상을 조작하는 등 갈수록 지능화되는 수법에 금융 전문가조차 속아 넘어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상식 밖의 고수익을 약속하는 비정상적인 유혹에 대해 강력한 주의를 당부했다.

치밀하게 설계된 ‘가짜 시스템’의 덫

이들 투자 사기의 첫 단계는 치밀하게 설계된 심리적 함정에서 시작된다. 전문가를 사칭하는 온라인 투자 사기는 주로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 확언이라는 달콤한 문구로 투자자를 유인한다.

사기범들은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특정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전용 거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시스템은 실제 증권사에서 서비스하는 것이 아닌, 투자금 편취를 위해 제작된 허위 프로그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주식 종목을 추천받는 것에서 시작해, 점차 항셍지수 선물, 나스닥 선물 등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투자를 유도 받게 된다.

초기에는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조작된 화면일 뿐이다. 사기범들은 수익금 인출을 막고 재투자를 권유하며 추가 입금을 요구한다.

거래 중단을 선언하면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오히려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피해자들은 결국 그저 프로그램에 표시된 숫자의 변화만을 보고 있었을 뿐이며, 투자금 전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

AI 악용 및 조직화된 사기 집단

이렇게 교묘하게 설계된 가짜 시스템을 이용한 사기 수법은 나날이 치밀해지고 있으며, 기술적 진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기 조직은 단순히 전문가를 사칭하는 것을 넘어, 실제 증권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의 영상에 인공지능(AI) 기술로 음성을 덧씌워 조작한 새로운 영상을 유포하는 등 첨단 기술까지 범죄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바람잡이’를 동원해 거짓 수익을 인증하며 투자 심리를 부추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약 12개월) 집계된 금융 투자 사기 피해액은 총 9913억 원에 달하며, 사기 조직은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계좌를 이용하는 등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은행원이나 펀드매니저 같은 금융 전문가들조차 이들의 치밀한 수법에 속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금 회수 난항, 신중한 판단이 최선

정교해진 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의 고수익을 확언하거나 손실 발생 시 보상 등 비정상적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는 불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을 통해 해당 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기를 당한 경우에도 범인들이 자금을 즉시 인출하고 세탁하기 때문에 피해금 회수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특정 투자 리딩 사기에 대해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정한 판례가 있지만, 이는 기망 수법과 편취금 사이에 대가 관계가 없는 경우에 한정되는 등 피해 구제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가 비정상적인 유혹을 경계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현재로서 피해를 막는 최선의 예방책으로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