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동해안의 한적한 백사장이 갑자기 파도에 밀려온 물고기 사체들로 뒤덮이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16일 오후 강릉 연곡 해변 일대 백사장에 고등어와 청어 수백 마리가 폐사한 채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바다에 떠다니던 물고기들이 조류를 타고 유입되면서 해변에는 심한 악취가 발생해 주민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환경 오염 물질의 유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지자체는 이번 현상의 원인을 최근 급변한 동해안 어장 구조에서 찾고 있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참다랑어가 바꾼 어장의 생태계

최근 동해안 연안에는 수온 변화와 함께 대형 포식 어종인 참다랑어가 이례적으로 대거 접근하고 있다.
거대한 참다랑어 무리는 바다 속에서 멸치나 고등어 치어, 전갱이 같은 소형 어종을 사냥하며 생태계를 뒤흔든다.
어민들이 참다랑어를 잡기 위해 쳐둔 대형 그물인 정치망에 이 소형 어류들이 함께 갇히는 상황이 잦아진 모양새이다.
그물 안에서 거대한 참다랑어의 움직임에 부딪혀 충격을 받은 소형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했을 가능성이 무게를 얻는다.

이렇게 죽은 물고기 무리가 조류와 파도를 타고 연안으로 밀려와 백사장에 쌓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강릉 경포 해변에서도 수많은 멸치 떼가 백사장으로 밀려 나와 무더기로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고등어나 청어 같은 포식자들에게 쫓기던 멸치 떼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얕은 해변까지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는 그 포식자였던 고등어와 청어가 더 큰 포식자인 참다랑어에게 밀려 사체로 돌아온 셈이라 변화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고급 어종의 귀환이 수산 경제에 던진 복잡한 계산서

고부가 어종인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는 것은 어민들에게 단기적인 위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하지만 고등어나 멸치 같은 대중 어종의 이동 경로가 흔들리면 가공업체의 원료 조달과 식탁 물가에 간접적인 타격이 간다.
게다가 여름철을 앞둔 해변 관광지에 폐사체 악취가 반복되면 지자체의 수거 행정 비용과 지역 상권의 영업 부담도 커진다.
동해안 수온 변화와 정치망 혼획 피해 등 앞으로 누적될 지표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비용 구조의 변화임을 예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