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기존 11종에서 최대 20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약사 단체와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9년 만에 재추진되는 이번 지정 확대안은 야간과 공휴일의 의약품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행 보건복지부 규정상 최대 20개 품목까지 확대 지정이 가능하지만, 과거 제산제와 지사제 추가 시도가 무산된 바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소비자 단체는 심야 응급실 방문 부담 경감과 시간 절감을 이유로 찬성하는 반면, 약사회는 복약 지도 부재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들어 강력히 반대한다.
안전성 공백과 심야 접근성의 대립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지역 약사 단체들은 연령이나 기저질환, 임신 여부에 따른 세심한 복약 지도 없이 판매 채널을 늘리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분별한 과다 복용이나 오남용이 일어날 경우 중증 부작용으로 이어져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업계는 야간 의약품 판매를 통한 연쇄 구매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연령 확인과 수량 제한 등 강화된 점포 관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관리 책임이 늘어남에 따라 점주 교육과 본사 시스템 구축, 유통 모니터링 등 안전 관리를 위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약사 단체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공심야약국은 전문 상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으나, 야간 인건비 지원 등 공공 재정 부담이 상시 발생한다.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도심 지역과 야간 약국 이용이 어려운 농어촌 간의 접근성 격차를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지정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
맹목적인 품목 수 확대에 앞서 기존 11종 상비약의 야간 판매 실태와 부작용 신고 내역, 과다 구매 데이터에 대한 객관적 공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품 포장 내 복용 주의사항 명시와 계산대 내 자동 구매 수량 제한, 모바일 부작용 안내 시스템 등 기술적 보완 장치가 요구된다.
수용성 확보와 실질적 제도 완성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는 등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정심의위원회의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후보 품목을 우선 공개해야 한다.
상비약 확대 정책이 단순한 유통 채널 간 매출 이동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현장 점포 등록률과 시간대별 실제 판매량을 다각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이 늘어나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안전 유통망과 회수 시스템이 갖춰져야 실질적인 제도의 취지가 살아난다.
야간 의약품 접근성 확보와 오남용 방지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정교한 제도 완성이 향후 수용성을 결정지을 핵심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