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민항 및 방산 행사로 꼽히는 영국 판버러 국제에어쇼의 참가 기업 중 12곳 이상이 중국 군산복합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 조사기관 카론(Kharon)이 판버러 참가사 명단과 기업 지분 구조, 모기업의 고객망, 그리고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을 다각도로 대조해 분석한 끝에 이 같은 연계성을 포착했다.
실제로 일부 중국 참가사의 모기업은 미국의 군사최종사용자 명단이나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올라 있어, 민항 부품업체라는 표면적 간판만으로는 군민융합 공급망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대표 사례로 지목된 쓰촨 포지 퓨처(Sichuan Forge Future)는 구이저우 항공이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으로, 모기업이 중국의 주요 항공, 미사일, 우주, 지상무기 제조사들과 광범위한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참가를 넘어 기술 거래의 사각지대로 부각된 전시장

다만 중국 기업이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불법 행위나 기술 탈취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며, 조사된 12개 기업 모두가 직접적인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판버러 에어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최의 군사행사가 아니라 민항과 방산 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상업적 에어쇼인 만큼, 단정적인 비난이나 자극적인 규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소유구조를 엄밀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는 전시장 현장에서 단순 제품 전시를 넘어 구체적인 부품 사양과 공정, 공급계약에 관한 민감한 대화가 활발히 오가기 때문이다.
민수용 항공기에 쓰이는 단조품과 고급 센서, 복합재 기술은 군용 항공기 제작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어떤 회사가 특정 공급자를 쓰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산업망의 약점과 생산능력이 노출될 수 있다.

민간의 기술을 군사 부문으로 연계하는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 특성상, 지분이 여러 단계로 나뉘고 국영 방산그룹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서방 기업 입장에서 거래 상대의 실소유자를 가려내기 힘겨워진다.
다만 단일 조사기관의 분석인 만큼 기업 지분의 최근 변동 내역, 현장 실제 출전 여부, 미국과 영국의 법률 적용 범위 차이, 주최 측의 심사 기준 등을 신중히 비교해 독자적인 검증을 거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국적을 이유로 기업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실소유주와 주요 고객, 수출통제 이력, 제품의 이중용도 가능성 등을 명확한 심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촬영 및 기술 자료 제공 범위를 엄격히 관리하고, 실질적인 계약 단계에서는 최종사용자 증명서 확인과 재수출 조건을 한층 꼼꼼히 규정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경계 흐려진 공급망 속 한국 방산과 국제 전시회가 맞닥뜨린 과제

국제 전시회에 활발히 참여하는 한국 방산기업 역시 상대의 모기업이나 고객망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채 시제품 도면이나 공정 정보를 공유할 경우, 뜻하지 않은 수출통제 위반과 보안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부의 제재 명단 발표보다 우회용 자회사 설립이나 지분 변경이 훨씬 빠르게 이뤄지므로, 단순 자동 검색 프로그램에만 의존하지 않고 법인등록 자료와 이사진, 공장 주소까지 다각도로 대조하는 자세가 강조된다.
이번 판버러 국제에어쇼의 분석 결과는 민항과 군수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에 단순히 표면적인 회사 이름만으로는 공급망의 위험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향후 행사가 막을 내린 뒤에도 주최 측의 심사 기준 재정비 여부와 함께 실질적인 계약 체결 현황, 그리고 영국과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명단 조정 움직임을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