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의 전통적인 철강·강관 산업이 고부가가치 시장인 수소 배관 분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항소재산업진흥원이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수소 배관 시험평가 기반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총 197억 8천500만 원 규모로 진행되며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 내에 관련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높은 압력과 안전성이 필수적인 수소 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제품의 장기 신뢰성을 검증할 전문 인프라가 요구되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경쟁의 한계를 넘어 고부가 인증 시장으로

새로 지어지는 시설에는 고압수소 관련 시험평가 장비 10종이 도입되며, 기존 장비 13종과 연계해 총 23종의 장비를 활용하는 시험 기반이 마련된다.
수소 산업은 생산 설비뿐만 아니라 이를 안전하게 운송하고 공급할 수 있는 배관과 밸브의 안전성 검증이 시장의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소재·부품 기업들은 이러한 시험과 공인 인증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해 글로벌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강관 업계는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뿐만 아니라 중국산 저가 철강의 물량 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흔들리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 중심의 범용 철강에서 벗어나 안전성과 내구성, 설계 신뢰성을 함께 증명해 판매할 수 있는 고부가 영역으로의 전환이 제기된다.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성능 검증이 가능해지면 중소·중견 강관 업체들이 해외 인증에 소모하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실패 부담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항산단 내에 시험평가동이 들어서면 단순히 제품을 찍어내는 생산기지를 넘어 강관 업체와 소재 기업이 테스트 데이터를 축적하는 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데이터 분석과 인증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현장의 노동 구조 역시 단순 생산직 중심에서 연구·품질·엔지니어링 등 고용의 질이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
2030년 완성될 인프라가 던진 국산화 과제

지자체는 향후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내 수소에너지 공급체계의 완전한 국산화를 한층 더 앞당기겠다는 거시적인 구상을 세운 상태이다.
다만 이번 사업의 성패는 시설이 완성되는 2030년까지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험 데이터를 얼마나 내실 있게 모으느냐에 달린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기존 철강 산업이 수소 공급망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에서 고부가가치 마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업의 진짜 시험대이다.
앞으로 방폭고압수소 시험평가동 착공 일정과 국제 인증 확보 시점,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수소 배관 제품 개발 속도 등이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