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독점해 온 중국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서 화웨이를 필두로 한 현지 자국산 반도체로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중국 내 소프트웨어, 금융, 제조, 유통 기업 임원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웨이의 어센드 910B와 910C 제품을 도입하거나 평가했다고 답한 비율이 65%에 달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H20, L20과 기존의 A800, H800이 기록한 47%보다 높은 수치로, 자국산 칩에 대한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설문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은 향후 12개월간 집행할 AI 가속기 전체 예산 중 자국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약 30% 수준에서 46%까지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미국 규제와 중국 예산이 맞물린 국산화 가속도

이번 설문 결과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의 확정치가 아니라 중국 현지 기업들의 시범 도입 의향과 향후 예산 배분 방향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현상의 이면에는 날로 고도화되는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발 규제로 인해 최첨단 AI 칩 조달에 차질이 생기자 현지 기업들은 성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화웨이 어센드 등 국내 대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향후 5년간 전국적인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약 2조 위안(한화 약 4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배정한 조치도 시장 판도를 흔든다.

중국 정부가 이번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핵심 기술의 최소 80%를 자국 기업이 공급하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반도체 구매가 하나의 거대한 국가 산업정책으로 탈바꿈했다.
현지 기업들이 체감하는 극심한 비용 부담 역시 인프라의 국산화 흐름을 한층 가속화하는 핵심적인 경제적 요인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 응답한 기업 임원의 80%는 대두되는 AI 프로젝트 비용 압박으로 인해 올해 인프라 지출이 초기 설정했던 예상 범위를 초과했다고 털어놓았다.
비싼 해외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현지 구매 담당자들은 성능과 가격, 그리고 공급의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며 국내 칩으로의 전환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
엔비디아 생태계의 장벽과 HBM 공급망의 새 병목

다만 화웨이의 가속기가 엔비디아를 성능으로 완전히 앞질렀다고 판단하거나 AMD MI308(55%), 하이곤 DCU(52%), 캄브리콘 계열(52%) 등의 검토 수치를 과대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엔비디아가 오랜 기간 구축해 놓은 독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를 단기간에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중국 업체들이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와 대량 공급량을 맞추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자체 칩 성능보다, AI 가속기 국산화 움직임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와 패키징 부품의 공급망 병목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과 패키징 자국화 속도에 따라 단기적인 공급 기회와 중장기적인 경쟁 압박이 한국 반도체 시장에 동시에 열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