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다국적 군사 협력이 수송기 공동 운용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동부와 북부 전선을 연결하는 공중 보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벨기에와 크로아티아, 프랑스, 폴란드, 스페인, 튀르키예, 영국 등 나토(NATO) 7개국은 고가의 A400M 수송기를 공동 조달하고 비용과 정비, 훈련을 분담하는 다국적 전략수송 함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출범시켰다.
나토는 지난 7월 7일 앙카라 정상회의 방산포럼에서 ‘A400M 다국적 고가치 프로젝트(High Visibility Project)’의 시작을 공식 발표했으며, 이는 개별 국가가 기체를 따로 구매하는 대신 자산을 묶어 함께 쓰는 ‘풀링 앤 셰어링(pooling and sharing)’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 A330 MRTT 다국적 공중급유기 함대의 공동 운용 성공 경험을 전략수송기 영역으로 확장하는 조치로, 전투 지속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원 전력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규모의 경제가 가져올 실익과 지휘권의 고차방정식

병력과 차량, 탄약, 의료장비를 적재적소에 이동시키는 전략수송기는 대형 활주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거운 화물을 먼 거리로 옮길 수 있어 분쟁 발생 시 전장의 전개 속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통상 고가의 수송기를 국가별로 소수만 도입하면 기체 구매비 외에도 조종사 양성, 전용 정비 인력, 예비 부품 확보와 훈련 시설 유지에 막대한 예산이 중복으로 투입되는 비효율을 겪는다.
특히 보유 대수가 적은 상태에서 특정 기체가 정비에 들어가면 작전 공백이 고스란히 발생하지만, 공동함대를 구성하면 가동 가능한 항공기 풀이 넓어져 이러한 치명적인 결함을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규격을 통일해 계약하면 대량 구매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고, 교육과정을 하나로 묶어 국가별 중복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해외 작전 시 타국의 정비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이점도 나타난다.

다만 복수의 참여국이 전쟁이나 재난, 자국 군대 이동 등의 사유로 수송기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출격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까다로운 과제로 꼽힌다.
한정된 기체의 비행 시간을 배분하고 비용을 정산하는 실질적인 통제권 문제와 더불어, 기체 등록을 어느 나라 법에 맞추고 승무원 국적과 위험지역 출격 승인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지도 조율해야 한다.
작전 중 손실이 발생했을 때의 보상 책임 등 복잡한 법적·지휘권 구조가 평시에 명확히 정립되지 않으면, 가장 긴박한 순간에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사업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출발한 A330 MRTT 공동함대의 경우 2020년 첫 기체를 인도받은 후 현재 9개국이 참여해 10번째 기체 인도를 앞두고 있으며, 최종 목표인 12대 도달까지 여러 해가 소요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송 공백 해소를 가를 세부 운용 규칙의 설계

이번에 도입되는 A400M 수송기는 높은 탑재량과 장거리 비행 능력은 물론이고 대형 수송기 진입이 제한된 좁은 공간에도 접근할 수 있는 탁월한 작전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까지 7개 참여국의 구체적인 기체 보유 대수와 전체 계약 금액, 상세 인도 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국가별로 상이한 기지 조건과 임무 요구사항을 세밀하게 맞추는 조율 절차가 남아있다.
한국의 경우 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유사한 방식을 도입한다는 발표는 없으나, 한정된 고가 전력을 동맹이 공동 운용할 때 예산 절감과 지휘권 확보를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살필 좋은 선례를 보여준다.
결국 A400M 공동함대가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기능하려면 확정 대수와 비용 분담률, 배보기지가 명확해져야 하며, 각국이 필요한 시점에 즉각 투입할 수 있다는 신뢰성이 출격표로 증명되어야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