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산업 수출 시장이라고 하면 흔히 전차나 자주포, 미사일 같은 타격용 무기를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적의 움직임을 먼 거리에서 먼저 알아채는 감시 체계가 새로운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최근 캐나다와 1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초수평선 레이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 수출되는 장비는 호주가 오랜 기간 운용해 온 ‘JORN’ 계열의 장거리 감시 체계로, 눈에 보이는 화려한 무기는 아니지만 전장에서 먼저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캐나다가 이 거대한 감시 장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북극과 북미 주변 공역 및 해역에서 증가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장거리 활동을 국경 너머 먼 거리에서부터 조기에 포착하기 위함이다.
지구 곡률을 넘어 수천 킬로미터를 감시하는 기술

일반적인 레이더는 직선으로 전파를 쏘기 때문에 지구가 둥글다는 특성상 먼 거리에서 낮게 비행하는 표적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초수평선 레이더는 고주파 신호를 하늘로 발사해 대기권 상층부의 전리층에서 굴절시킨 뒤, 1,000~3,000km 밖에 있는 해상이나 공중 표적을 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이 장비가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만능은 아니며 전리층의 상태나 기상 현상, 주변 전파 환경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는 제약도 존재한다.
또한 미사일을 정밀하게 유도해 조준하는 사격통제 레이더와 달리, 먼 곳에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초기 경보를 전달해 다른 센서가 확인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따라서 초수평선 레이더의 진정한 가치는 단일 장비의 성능보다는 먼 거리에서 잡은 희미한 신호를 다른 정보들과 결합하는 데이터 융합 능력에 있다.
인공위성, 해상초계기, 함정 레이더, 지상 방공망 정보가 하나의 작전 그림으로 묶여야만 캐나다가 구축하려는 북미 조기경보망의 한 조각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센서 중심의 방산 거래는 하드웨어를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량과 부품 교체, 운용 인력 교육이 장기간 이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수출국 입장에서는 구매국과 지속적인 안보 파트너십을 맺게 되고, 구매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안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플랫폼 중심의 한국 방산이 마주한 새로운 과제

그동안 전차와 자주포 등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방산 시장에도 호주의 이번 수출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무인기 등 다변화되는 안보 위협 속에서 단순한 요격 무기 확보보다 표적을 사전에 찾아내는 감시 정찰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륙형 환경을 가진 호주나 캐나다와 달리 한반도는 거리가 짧고 주변 해역과 공역이 복잡하므로 단일 장비보다 다층 센서망과 지휘통제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엮는 기술이 요구된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타격 무기뿐만 아니라 더 멀리 보는 눈에 해당하는 감시망, 전자전, 데이터 처리 능력을 패키지로 다루는 전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