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보험회사 금고에 잠들어 있는 이른바 ‘숨은 보험금’ 규모가 여전히 10조 원을 웃돌며 거대한 미청구 부채로 남았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무려 80만 건에 달하는 계약을 통해 3조 2천47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원래 주인을 찾아갔다.
환급 절차를 마친 이들의 건당 평균 수령액은 약 404만 원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집계된 잔액은 여전히 10조 3천억 원에 달했다.
보험금이 확정되었음에도 자금이 움직이지 않는 배경에는 소비자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본인 인증을 거쳐 청구해야만 환급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휴면 계좌의 오해를 넘어선 중도보험금의 거대한 비중
많은 이들이 오래된 휴면 보험금 위주로 미청구 자금이 쌓여 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실제 잔액의 대부분은 계약 기간 중에 발생한 중도보험금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잔액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중도보험금이 7조 7천667억 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만기보험금은 1조 9천235억 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휴면보험금은 6천237억 원 수준으로 확인되어, 가입자가 계약 도중 특정 조건을 충족하고도 인지하지 못한 금액이 훨씬 많음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소비자에게 돌아간 환급액 중 중도보험금과 만기보험금이 각각 1조 8천992억 원과 1조 1천394억 원을 기록했으며 휴면보험금은 1천465억 원, 사망보험금은 619억 원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는 생명보험의 환급액이 3조 457억 원에 달해 2천13억 원에 그친 손해보험보다 확연하게 큰 규모를 형성했다.
이러한 격차는 상대적으로 계약 기간이 길고 보험금 지급 시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명보험 특유의 상품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부 가입자들은 만기 이후에도 보험사에 돈을 묻어두면 높은 이자가 계속 붙을 것이라고 오해하여 일부러 청구를 미루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적용되는 이율은 상품 종류와 경과 기간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연락처 변경이나 상속 문제로 수령이 더 까다로워진다.
숨은 권리를 현금화하기 위한 촘촘한 안내망 가동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행정안전부의 최신 주소 정보를 연계해 우편물을 발송하고 모바일 전자고지를 병행하는 집중 안내 활동을 7월부터 시작했다.
가입자들은 통합 조회 창구인 ‘내보험찾아줌’이나 ‘휴면예금찾아줌’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과 가족의 미청구 자금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10조 원이 넘는 자산이 누구에게나 즉시 지급되는 공돈은 아니며 사망보험금처럼 수익자 확인이나 복잡한 증빙 서류가 필요한 경우도 존재한다.
금융 정보가 소비자에게 온전히 닿지 못해 멈춰 서 있는 이 거대한 잔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가입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