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놀고먹는 돈이라더니”…실업급여 받던 구직자들이 되려 ‘더 높은 임금’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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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실업급여 / 출처 : 연합뉴스

실업급여가 구직자의 의욕을 꺾고 국가 재정을 축내는 주범이라는 기존의 따가운 눈총을 뒤엎는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가 도출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고용보험 가입자의 이직과 재취업 이력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실업급여는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개인적·기업적 조건을 통제해 비교한 결과 실업급여 수급은 재취업 후 로그임금을 평균 0.054 높였으며, 수급자 집단의 지니계수도 6.4%에서 7.5%가량 낮추는 효과를 유발했다.

이는 실직자가 생계 압박에 떠밀려 아무 일자리나 성급하게 선택하는 하향 취업을 막아주고,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안전망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수치와 기간이 증명하는 노동시장 매칭의 질

실업급여
실업급여 / 출처 : 연합뉴스

재취업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기간별로 세부 임금 변화를 뜯어보면 실업급여가 제공한 시간적 여유의 가치가 더욱 명확하게 확인된다.

회사를 그만둔 뒤 90일 이내에 빠르게 재취업한 수급자층의 경우, 기존 경력과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임금이 평균 7.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91일에서 180일 사이에 직장을 구한 이들은 3.8%, 181일에서 365일 사이에 복귀한 이들은 0.8%의 임금 상승률을 나타냈다.

주목할 점은 366일에서 730일 사이 재취업자는 5.1%, 2년을 초과해 장기 구직 과정을 거친 이들은 임금이 10.5%나 뛰어올랐다는 사실이다.

실업급여
실업급여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현상은 실업급여의 보호 아래 장기 구직자들이 무작정 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무 전환이나 고임금 일자리 탐색, 재훈련의 기회를 거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절한 탐색 기간을 거쳐 직무 조건이 맞는 인력이 유입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조기 이직률을 낮추고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다만 이러한 임금 상승 효과는 기술을 가진 경력직과 달리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거주자나 돌봄 부담이 큰 계층에게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중장년 전직자에게는 맞춤형 재훈련을, 청년 이탈자에게는 양질의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집단별 특성에 맞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비용 효율성을 넘어 정교한 제도 설계로

실업급여
실업급여 /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고 실업급여의 도덕적 해이나 재정 고갈 우려, 부정수급에 대한 상시 관리의 필요성 자체를 완전히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형식적인 구직 활동 점검을 탈피하고 반복 수급을 억제하며, 실질적인 직업훈련과의 연계망을 더 촘촘히 짤 의무가 남아있다.

그러나 제도의 성과를 오로지 ‘얼마나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았는가’라는 단편적인 속도전으로만 평가하는 방식은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분석된다.

앞으로의 고용 정책은 지급액 조절이라는 단순한 수치 싸움에서 벗어나, 실업급여가 벌어준 시간 동안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연결해 줄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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