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오랜 기간 공중 감시의 핵심축을 담당해 온 노후 조기경보기를 교체하기 위해 추진하던 미국산 기종 도입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유럽산 기체로 방향을 틀었다.
NATO 지원조달청(NSPA)은 보잉의 E-7 웨지테일 도입 구상을 접는 대신 스웨덴 사브(Saab)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글로벌아이(GlobalEye)’를 최대 10대 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아직 정식 계약서에 서명한 단계는 아니며 세부적인 가격과 납기, 회원국 간의 운용 분담 등은 향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후보 변경으로 공중감시 공급망의 대전환이 선명해졌다.
교체 대상인 노후 E-3 조기경보기는 원반형 레이돔을 장착하고 넓은 공역의 미사일과 항공기 위협을 선제 탐지해 정보를 전달하는 자산으로, 이번 결정은 유럽의 자체 감시 능력 강화와 직결된다.
자체 감시망 구축을 위한 유럽산 공급망으로의 전환
새 해법으로 떠오른 글로벌아이는 사브의 ‘에리아이(Erieye) ER’ 레이더를 비즈니스제트 기반 기체에 통합한 감시체계로, 육상과 해상 및 공중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구역을 동시 감시한다.
이번 기종 변경은 미국이 유럽 주둔 전력의 일부를 감축하는 흐름 속에서 NATO 회원국들이 독자적인 감시와 전략수송 능력을 확보하려는 산업적 움직임과 맞물려 작동한다.
다만 핵심 감시자산의 공급과 정비 기반을 유럽 내부에 두려는 의도가 보이더라도, 이번 협상이 단순히 유럽산 기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사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양측의 세부 최종 평가 점수나 구체적인 가격, 납기 비교표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향후 협상에서는 센서 성능 범위와 기존 NATO 지휘망과의 연동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풀이된다.
최대 10대라는 조달 규모 역시 확정 수량이 아닌 협상 상한선이며, NATO 공동자산으로서의 비용 부담 비율과 배치 기지, 회원국 간의 승무원 및 정비인력 배분 조율이 가동률을 좌우할 전망이다.
조기경보기 전력은 단일 기체의 레이더 성능을 넘어 지속적인 공중 초계를 위한 교대 주기, 데이터 링크, 지상 분석요원과 방공체계 간의 매끄러운 정보 공유 절차가 갖춰져야 완성된다.
만약 협상 과정에서 최종 도입 수량이 줄어들거나 기체 인도가 예정보다 지연될 경우, 기존 노후 E-3의 퇴역 시점과 맞물리면서 서유럽 상공에 심각한 감시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기체 조달과 별개로 추진되는 조종사와 임무통제요원, 센서 운용자 등의 전환 교육 시간표를 맞추고 다국적 인력 간의 공통 교범과 보안 등급 접근 권한을 조율하는 작업도 과제로 꼽힌다.
다국적 연합 공중작전의 새로운 운용 모델 시금석
현재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를 운용 중인 한국군의 경우, 이번 NATO의 기종 변경 결정이 국내 기종 전환이나 글로벌아이 도입으로 직접 이어진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나 다국적 지휘망 내에서 센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정비 인프라와 승무원을 공동으로 운용하는 NATO의 새로운 시도는 향후 연합 공중작전의 효율성을 검토할 때 유용한 비교 사례를 보여준다.
앞으로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첫 지표는 NSPA와 사브 간의 공식 계약 체결 여부이며, 이후 확정된 수량과 명확한 인도 일정, 노후 E-3 퇴역 주기와의 시차가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협상은 미국산 감시체계에 의존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유럽산 공급망 기반의 새 운용모델을 짜는 과정이며, 훈련된 요원과 데이터 연결을 갖춘 첫 기체의 적기 도착이 실효성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