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해경과 조사선 등 정부 선박들이 대만 동쪽 태평양 해역에 집단으로 나타나 보급로를 조이는 무력 시위를 벌이며 해상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2026년 6월 한 달 동안 대만 동부 해역에서 포착된 중국 정부선 활동은 총 55회로, 지난 5월의 30회 대비 약 83%, 전년 동기 25회 대비 12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부 중국 해경선은 해당 수역을 지나는 상선들을 향해 무선으로 항만 입출항 정보와 목적지를 물으며 대만의 해상 관할권을 직접적으로 시험하는 행태까지 드러냈다.
중국은 퇴역 구축함을 개조한 대형 해경함 두 척을 대만 동부 먼바다에 상시 배치해, 군함 특유의 뛰어난 항속 능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머물며 민간 선박들을 밀착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 집행을 가장한 회색지대 준봉쇄 전술의 확산
대만 해경은 중국 측의 무선 질의를 철저히 무시하고 정상 항해를 이어가라며 즉각 역방송을 실시하는 등 중국의 행정 권한 인정을 강하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움직임은 전면적인 군사 침공 대신 해경과 해사 기관을 앞세워 통항 선박을 검사하거나 위험 구역을 선포함으로써, 운임 상승과 자발적 우회를 유도하는 회색지대 준봉쇄 전술로 풀이된다.
다만 55회라는 숫자는 동일 함정의 반복 포착 기록이 포함된 집계이며, 상선에 대한 강제 정지나 항로 변경이 실제로 발생한 것은 아니어서 당장 완전한 봉쇄가 시작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군 역시 해경만을 투입할 경우 함정과 승조원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그렇다고 해군을 전면에 내세우면 중국의 군사적 대치 명분에 휘말릴 수 있어 대응책 마련에 깊은 고뇌를 안고 있다.
민간 선사와 보험사들이 해역의 위험성을 높게 평가해 자발적으로 운항을 중단할 경우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물자 보급이 차단되는 심각한 시장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설령 외부 지원선이 대만 동부 항만에 도달하더라도, 크레인과 연료 저장 시설, 내륙 수송 도로망이 타격을 입으면 보급 물자가 내부로 이동할 수 없어 통합적인 항만 방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대만 동쪽과 바시해협, 루손해협 등 주요 해상 교통로의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동남아와 태평양을 오가는 국제 해운 항로 전체의 우회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무선 질의에 제각각 응대할 경우 관할권 선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통항 지침 공유와 교신 기록 공개 등 일관된 대응 규범을 확립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보급선 차단을 노린 일상적 압박 절차의 고착화
향후 사태의 주요 분수령은 중국 정부선이 대만 경제수역 바로 바깥에 상시 주둔하는지 여부와, 무선 질의가 실제 정선 요구나 승선 검사로 확대되는지 여부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먼바다에 배치된 중국 해경선 뒤쪽으로 중국 해군 함정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호위 및 지원 태세를 구축하는지 여부도 핵심적인 군사적 관전 포인트로 파악된다.
한 달간 기록된 55회라는 포착 횟수는 당장의 전쟁 개시를 의미하기보다, 유사시 대만의 생명선인 태평양 보급로를 언제든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일상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중국은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대만의 감시 자산과 수송 인프라를 한계치까지 시험하며 태평양 해상 주도권을 서서히 침식해 들어가는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