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단 하나의 신소재로 전극과 채널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젖혔다.
카이스트(KAIST) 연구팀은 이셀레늄화백금(PtSe2)이라는 2차원 물질의 두께를 정밀하게 조절해 초미세 반도체의 고질적인 문제인 접점 저항을 낮추는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원자힘현미경 팁으로 900나노미터 구간을 선택적으로 깎아내어 4층 구역은 전류를 전하는 준금속으로, 2층 구역은 반도체로 작동하도록 유도했다.
다른 금속을 강제로 접합하는 기존 방식 대신 하나의 결정 안에서 전극과 채널의 역할을 나누면서 소자 소형화의 결정적 병목 현상을 해결할 열쇠로 평가받는다.
하나의 물질로 경계를 허문 나노 단위의 전류 흐름
이번 실험에서는 전도성 원자힘현미경을 통해 전극과 채널의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전류의 흐름을 나노미터 단위로 직접 관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측정 결과 경계 주변의 전류 벡터 편차는 각각 +3.2%와 -3.6% 수준에 머물렀으며, 경계에 수직인 방향의 전류 억제 역시 1.0%와 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류가 두 영역의 경계선에서 거의 꺾이지 않고 매끄럽게 흐른다는 점은 이 측정 환경에서 계면 장벽이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소자 하나의 최고 성능을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 차세대 2차원 소재의 접점 설계와 정밀 측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기술이 실제 반도체 칩에 구현된다면 고성능 인공지능(AI) 가속기와 모바일용 기기처럼 전력 소비와 발열에 민감한 고성능 로직 반도체 분야가 가장 먼저 혜택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접점에서 새어나가는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동일한 전력으로 연산 능력을 극대화하거나 데이터센터의 냉각 설비 가동 비용을 절감하는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원자 수준으로 얇은 2차원 소재의 특성을 살려 로직층을 수직으로 촘촘히 쌓아 올리는 모놀리식 3차원 반도체 소자 구현에도 유용한 기반 기술로 활용될 잠재력을 품었다.
다만 이번 성과는 완성된 트랜지스터 소자의 전체 소비전력 절감률을 직접 검증하거나 접촉 저항을 완전히 제로로 만든 단계는 아니므로 과도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문학적 시장 진입을 위해 넘어야 할 양산의 여섯 단계
전 세계 로직 반도체 시장이 연간 3019억 달러 규모에 달하지만, 연구실의 실험 성과가 곧바로 이 거대한 시장에서 매출이나 경제적 가치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이 기술이 글로벌 완제품 시장의 0.1%에서 1%까지 스며든다고 가정할 때, 접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완제품 생산액 규모는 최소 3억 200만 달러(한화 약 4,538억 원)에서 최대 30억 2,000만 달러(한화 약 4조 5,385억 원) 선으로 추산된다.
진정한 국산 기술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기술료와 장비 매출이 국내 파운드리 산업에 내재화되어야 하며, 해외 기업이 공정 표준을 선점할 경우 국내 부가가치는 제한될 우려가 존재한다.
연구실을 벗어나 상용화 단계에 안착하려면 현미경 가공을 대면적 공정으로 전환하고 200·300밀리미터 웨이퍼 성장과 기존 실리콘 공정(CMOS)과의 호환성 검증 등 6가지 핵심 과제를 완수해야 마침내 산업 기술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