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모델의 판매 전선에 기묘한 소식이 들려왔다.
토요타의 간판 모델인 RAV4가 올해 초 미국 시장 판매 집계에서 평소와 달리 이례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이다.
올해 1분기 현지 판매 통계를 보면 RAV4의 판매량은 5만 9,869대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8%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브랜드의 실용성과 하이브리드 이미지를 상징하던 모델이었기에 이번 하락은 상당한 경고음으로 읽힌다.
세대교체의 과도기와 물량 부족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왕좌의 빈틈
다만 이러한 흐름을 두고 RAV4의 독점적인 인기가 완전히 무너졌거나 소비자들이 차량을 외면했다고 단정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판매 감소의 이면에는 신형 6세대 모델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특성과 그로 인한 현지 매장의 일시적인 재고 부족 현상이 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생산 공장의 전환기 물량 조절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 현상일 뿐, 차량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 수요는 여전히 탄탄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강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글로벌 경쟁 모델들이 그 빈틈을 매섭게 파고들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같은 기간 경쟁 상대인 혼다 CR-V는 9만 9,437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SUV 부문 1위 자리를 꿰차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토요타 내부에서조차 세단 모델인 캠리가 7만 8,255대 팔리며 브랜드 내에서 RAV4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이색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현재 하이브리드 SUV 시장은 과거와 달리 혼다 CR-V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국산 브랜드의 공세까지 더해지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하이브리드와 기아의 스포티지,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 매력적인 대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매우 넓어진 상황이다.
전동화 전략이 불러온 가격 압박과 깐깐해진 소비자들의 저울질
특히 신형 RAV4가 가솔린 모델을 제외하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심의 100% 전동화 라인업으로 방향을 틀면서 상품의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졌다.
다만 기본 모델의 가격 상승이나 공급 불안정이 동반될 경우 기존 가솔린 SUV를 찾던 소비자 일부가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 여지도 커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수입 SUV와 국산 하이브리드 SUV의 가격, 공간, 정비 접근성, 출고 대기 기간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예민한 변수가 된다.
이번 품귀 현상이 해결되고 물량이 회복되면 판도가 빠르게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치열해진 시장 환경 속에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신호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