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급변 속에서 한때 한일 양국의 자존심을 대변하던 플래그십 대형 세단인 기아 K9과 렉서스 LS가 완전히 상반된 생존의 갈림길을 마주했다.
일본 렉서스가 자사의 상징이자 플래그십 모델인 LS의 제품 수명을 2027년형까지 연장해 생명을 불어넣은 반면, 기아 K9은 올해 말을 끝으로 생산 공정을 완전히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두 차량 모두 출시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나 단종이라는 중대한 선택의 순간에 섰지만, 시장에서 거둔 성적표와 브랜드 내부의 역할 차이에 따라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렉서스의 연장 방침은 공식 제품 운영 계획을 통해 드러난 구체적 사실인 반면, K9의 연말 생산 종료설은 아직 노사 간 조율과 조심스러운 전망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부 경쟁의 그늘과 브랜드 상징성이 가른 생존 전략
K9은 지난해 국내에서 단 1,581대만 인도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도 734대에 머무르는 등 갈수록 축소되는 대형 세단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흐름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현대차 그랜저가 7만 대를 가볍게 넘어서고 제네시스 G80이 4만 대 이상 팔려나간 흐름을 고려하면, 대형차 수요 자체가 소멸했다기보다는 그룹 내 인기 모델들로 고객이 대거 이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본 6,000만 원대에서 출발해 옵션을 더하면 8,000만 원 선에 육박하는 K9의 가격 책정은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독립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80과 비교선상에 오르게 만들었다.
대다수의 고급차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대라면 일반 대중 브랜드인 기아의 엠블럼 대신 제네시스라는 전용 브랜드가 선사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독자적인 멤버십 혜택을 더 선호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실내 공간을 키우고 하이브리드 경제성을 덧입힌 그랜저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동시에 정통 후륜구동의 강점을 지닌 G80이 위에서 누르면서, K9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렉서스 LS 역시 세계적인 대형 SUV 선호 현상에 가로막혀 고전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단일화라는 과감한 파워트레인 조정을 거쳐 일본과 호주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소중한 생존의 시간을 벌었다.
렉서스 제품군 안에서 LS는 단순한 판매 대수라는 숫자를 뛰어넘어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숙성, 승차감, 그리고 수십 년간 쌓아온 장인 정신의 상징을 대변하는 대체 불가능한 얼굴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호주 법인은 안전 장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연식 변경 모델을 정식 수입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일본 시장 또한 주력 트림 중심의 재편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생명력을 연장할 채비를 마쳤다.
포트폴리오의 영리한 조율과 소비자가 따져볼 셈법
제네시스가 G80과 G90으로 럭셔리 시장을 견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구도 속에서, 독자적인 K9 후속 개발에 막대한 예산과 개발비를 추가 조달하는 투자는 불필요한 중복 투자로 다가왔다.
비록 K9의 최종 생산 종료가 현실화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기존 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품 의무 보유 기간과 전국적인 공식 정비망 운영 체계는 기존 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단종을 눈앞에 두고 신차 구매를 조율 중인 실수요자라면 향후 중고차 가격 방어나 부품 조달 기간의 변동성을 제네시스 같은 경쟁 차종의 조건과 수평 비교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중고 대형 세단으로 타깃을 돌린 구매자에게는 가격 하락 폭이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전자제어 서스펜션처럼 노후화에 취약한 고가 부품들의 유지 비용과 타이어 교체비를 먼저 면밀히 계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