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이 거대한 태평양 전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각된 수송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무인 드론보트 군단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 육군의 자산 중 수송 선박은 지난 2018년 134척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약 70척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남은 선박의 정상적인 임무 가능 비율마저 과거 70% 이상에서 최근 4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는 정부감사원의 진단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하와이의 제8전구지속사령부는 당장 내년 여름부터 시험 운용할 자율주행 선박을 요구하며 장기적으로 30척에서 최대 100척 규모의 드론보트 운용을 예고했다.
미 해군이 아닌 육군이 바다 위 무인 수송정에 주목하는 이유
이번 구상이 눈길을 끄는 요인은 해상이 주 무대인 해군이 아니라 대규모 지상군을 움직이는 미 육군이 직접 바다 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광활한 태평양 전장에서는 탱크나 로켓 같은 화력을 어디에 배치하느냐보다 섬과 섬 사이의 먼 거리를 극복하고 장비를 제때 보급하는 능력이 전쟁의 성패를 가른다.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할 때 대형 수송함이나 거대 항만 위주의 보급 체계는 적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서 손쉬운 표적이 될 위험성이 크다.
이에 미 육군은 사람이 탄 거대 선박 대신 표준 컨테이너 8개에서 10개가량을 실을 수 있는 중량급 자율 수상정 여러 척에 물자를 나누어 싣는 방안을 택했다.
보급망을 촘촘하게 분산시켜 움직이는 해상 창고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장거리 항해의 신뢰성이나 적의 전자전 공격에 대비한 방어력 검증은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원격 통제와 소프트웨어 관리를 위한 정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므로 사람의 손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 육군은 분산 보급망의 전방 거점을 다지기 위해 한국과 일본, 필리핀, 호주, 싱가포르, 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한반도 유사시나 태평양 역내 위기 발생 시 부산과 평택, 괌 등을 잇는 미군의 군수 보급 경로가 압박을 받으면 이러한 소형 무인 수송선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
적의 타격 계산을 흔드는 해상 보급 플랫폼의 진화
소형 플랫폼 여럿이 동시에 바다를 건너면 상대 진영은 감시와 타격을 위해 훨씬 많은 군사 자산을 소모해야 하므로 적의 표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다만 수십 척의 무인선을 안정적으로 지휘하기 위한 통제 소프트웨어 개발과 실시간 항로 관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시 운용조차 어려워질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제시된 100척이라는 숫자는 향후 예산 확보 상황과 실제 해역에서의 시험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목표 상한선으로 해석된다.
미 육군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현대 전장에서 화려한 전투함만큼이나 컨테이너와 연료통을 제때 옮기는 보급 능력이 핵심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