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임시 관세의 24일 법적 만료 시한을 앞두고, 국내 디지털 규제가 통상 마찰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워싱턴에서 총력 설득전에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상·하원 의원 10명을 비롯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구글, 애플, AWS, 퀄컴 관계자들을 연쇄 면담했다.
이번 방문은 USTR에 게시된 쿠팡 관련 무역법 301조 청원과 한국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어 관세 압박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국내 디지털 정책의 비차별성을 적극 설명하는 한편, 반도체와 조선,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투자 성과를 함께 강조하며 협상 범위를 넓혔다.
플랫폼 규제 파장과 301조 조사 위험의 본질
국내 경쟁 질서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 정책이라도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언제든 양국 간 통상 분쟁으로 과열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를 공식 개시할 경우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의 투자 일정과 공급망 계획에 즉각적인 비용 불확실성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USTR 공식 사이트에 쿠팡 관련 301조 청원이 공개되어 있으나, 이는 단지 접수된 청원서가 게시된 상태일 뿐 미국 정부가 정식 조사나 관세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24일 관세 시한 이후 시행된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치 역시 쿠팡 청원과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두 사건의 대상과 법적 상태를 구분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미국 측이 국내 플랫폼 법과 집행 전반을 차별 문제로 묶어 다룰 경우 전자상거래와 앱마켓, 클라우드, 지도 데이터 규제까지 통상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면담에서는 법 집행 시 국적에 따른 차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기업 현장의 우려를 직접 청취했다.
플랫폼 법안의 적용 대상과 기준이 모호하게 설계될 경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거나 해외 당국과의 마찰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시장 지배력과 개인정보 오남용을 엄정히 규제하더라도 기업의 국적이 아닌 위반 행위와 실제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법을 집행한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투자 성과 연계와 통상 불확실성 해소 과제
디지털 규제 논의에 반도체와 조선, 에너지 협력을 함께 포함시킨 대목은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대등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통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미 투자가 늘어날수록 미국 현지 고용과 발주가 증가하는 만큼, 통상 마찰에 따른 법률 대응 비용과 수출 원가 상승은 양국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향후 통상 위험의 향방은 USTR의 301조 관련 공식 문서에 정식 조사 개시나 의견 수렴 일정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지게 된다.
국내 디지털 법안의 비차별적 조항 마련과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진행이 수반되어야 이번 워싱턴 설득전의 실제 성과가 입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