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전 가구를 대상으로 매달 2만 5000원씩 기본 이용료를 거두고도 단 한 달 만에 1700만 원이 넘는 대규모 운영 적자가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5월 한 달간 기본 이용료 2395만 원과 개별 이용료 4256만 원을 더해 총 6651만 원의 수입을 거뒀지만,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등 지출이 8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관리사무소 측이 세대당 1만 8000원의 추가 분담금을 안내함에 따라 헬스장이나 사우나 등 커뮤니티 시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구까지 관리비 부담을 안게 되는 불만이 커졌다.
서울 성동구의 900여 세대 단지에서도 관리업체 교체 문제와 누적된 운영 적자가 겹치면서 헬스장과 사우나, 골프연습장 등 주요 시설이 약 3주 동안 전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온 커뮤니티 고급화
분양 당시 아파트의 가치와 경쟁력을 올려주던 화려한 편의시설이 입주 후에는 매달 막대한 고정 비용을 발생시키는 관리비 인상의 주범으로 돌변했다.
수영장이나 사우나처럼 대형 기계 설비가 들어가는 공간은 이용자 수가 줄어들더라도 냉난방비와 수도세, 정기 안전점검비,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나가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
건설사가 화려한 커뮤니티를 기획해 분양가에 건축비를 반영한 뒤 떠나면, 매달 쌓이는 운영 적자와 향후 시설 교체 비용은 온전히 입주민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남게 된다.
경기 고양시의 900세대 단지 역시 월 1만 5000원의 기본료를 걷는 동시에 하절기와 동절기 냉난방비를 실이용자에게 추가 부과하는 안을 주민 투표에 부치며 대응에 나섰다.
부산 동래구의 4000세대 대단지에서도 커뮤니티 적자와 추가 분담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가열되는 등 단지 규모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진통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비용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전 세대 균등 부담 방식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시설을 쓰지 않는 주민에게 비용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강한 반발을 부른다.
반대로 이용자 부담 요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시설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단위당 이용 단가가 다시 상승해 적자가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카페나 독서실처럼 유지비가 적은 곳과 사우나나 수영장 같은 고비용 시설의 손익을 분리해 계산하고 위탁수수료와 에너지 부담 주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기 수선 계획과 투명한 정보 공개 과제
전문가들은 단순한 월별 적자 메우기를 넘어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수선충당 계획과 시설별 정확한 이용률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숭실대 연구진이 서울 강남 3구의 1000세대 이상 단지 12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클라이밍장이나 펫샤워실 등 시설이 다양해질수록 전문 관리 인력과 관리 항목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 연구에서도 커뮤니티 기계 설비가 노후화될 경우 향후 현재의 이용료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교체 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자액을 관리비로 무작정 메우기 전에 시설별 이용률과 월 손익, 휴관 일수, 수탁업체 수수료를 정밀 분석하고 요금 체계를 재설계해야 고급 커뮤니티가 분쟁의 씨앗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