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시간마다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진 다 큰 자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면서도 선뜻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망설이는 부모들의 모습이 늘어났다.
혹여 바쁜 일과를 방해하거나 잔소리로 들려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와, 바쁘다는 핑계로 먼저 연락하는 일을 미루다 미안함과 서운함을 동시에 느끼는 자녀 사이에서 묘한 심리적 거리감이 형성되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가족 간의 무관심이나 불화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일정과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타이밍의 어긋남 때문에 빈번하게 관찰된다.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누기 위해서는 통화 가능한 시간대를 공유하고 짧은 문자로 신호를 보내는 구체적인 연락 약속을 정하는 움직임이 요구된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을 전하는 소통의 두 가지 공식
첫째로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전처럼 서로의 일상에서 비교적 부담 없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대를 공유하는 조치가 전화기 앞에서의 망설임을 크게 덜어준다.
본격적인 통화를 걸기 직전 “지금 통화해도 괜찮니”라는 짤막한 문자 메시지를 먼저 발송하는 약속은 상대방이 회의 중이거나 운전을 하는 곤란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피하도록 도와준다.
둘째로 긴급한 용무와 단순한 일상 안부 전화를 확실히 구분하여, 진짜 급한 일일 때는 전화를 연속으로 걸거나 긴급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뚜렷하게 남기는 대처 방안도 유용하게 쓰인다.
만약 당장 전화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 상황을 회피하듯 방치하지 않고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걸 수 있는 대안적인 시간대를 신속하게 회신해 주는 예의가 필요하다.
부모 역시 전화를 시작하는 첫머리에 단순히 보고 싶어 전화를 걸었는지 혹은 의논해야 할 구체적인 용건이 있는지 미리 목적을 가볍게 밝혀주는 편이 한층 편안한 통화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거나 다소 퉁명스러운 답장이 돌아왔다고 해서 이를 나에 대한 거절이나 무관심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오해를 키우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연락 횟수 자체를 의무적인 규칙으로 정해두면 소통이 피곤한 숙제처럼 변해버리기 쉬우므로,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 형태가 바뀌거나 건강 상태, 가사의 유무 등 각자의 생활 양식에 큰 변화가 생겼을 때는 한 번 정했던 연락 규칙도 서로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다시 다듬어나가는 유동적인 태도가 뒤따른다.
서로의 일상을 지켜주는 현명한 연락의 테두리
서로 양해할 수 있는 연락 약속을 새롭게 제안했을 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행동을 조율하려 행동하는지 그 피드백 과정을 살펴보면 향후 가족 관계를 조율해 갈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어느 한쪽의 희생이나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하는 연락 방식을 멈추고 각자가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통화의 한계를 정해두는 일이야말로 관계를 지키는 비결로 꼽힌다.
부모가 미안함 없이 연락을 취하고 자녀 역시 부담 없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편안한 관계는 무조건 자주 연락하라는 다그침이 아니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을 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지킬 수 있는 가벼운 연락 신호 하나를 정해보는 시도만으로도, 눈치를 보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불필요한 오해와 서운함을 말끔히 걷어내는 가장 든든한 방어벽 역할을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