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절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한층 더 막강해졌다.
실제로 지난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집계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의 CATL은 188.4GWh로 40.2%, BYD는 67.6GWh로 14.4%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단 두 회사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무려 54.6%에 달하며,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계 거대 자본과 기술력이 독식하는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기간 전 세계 배터리 총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성장한 469.2GWh를 나타내며 시장의 덩치 자체가 커지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로의 쏠림이 심화했다.
중국계 배터리의 시장 독식과 현대차가 마주한 원가 압박
같은 기간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은 41.0GWh로 8.7%, SK온은 15.8GWh로 3.4%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여전히 전 세계 시장의 주요 축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상위 10개 배터리 기업 가운데 중국 업체 7곳의 합산 점유율이 72.6%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조달 비용과 공급 안정성은 곧바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특정 국가 업체들이 시장의 지배력을 넓힐수록 완성차 업체가 가져갈 수 있는 협상력은 불리해지며, 경쟁 브랜드들이 어떤 배터리를 채택해 원가 구조를 짜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직면한 첫 번째 압박은 대규모 생산 기반을 무기로 배터리 가격을 대폭 낮춘 CATL과 BYD 등 중국계 완성차 브랜드들의 파격적인 가격 공세에서 비롯된다.
특히 BYD처럼 배터리 제조와 완성차 생산을 동시에 내재화한 기업들은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거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및 EV 시리즈를 비롯해 코나 일렉트릭, EV3 등의 모델을 판매할 때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 차별화 요소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두 번째 압박은 미국과 유럽 연합이 중국산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연결 기술에 대한 무역 규제의 벽을 꼼꼼하게 높여가고 있다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규제와 원가 사이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생존 방정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고, 반대로 한국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고집하면 원가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가격 효율성이 높은 LFP 배터리와 에너지 밀도가 우수한 니켈계 배터리 사이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펼칠 세부 전략은 주행거리와 보조금 요건을 모두 결정 짓는다.
결국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가격을 내리지 못하면 중국발 저가 공세에 흔들릴 수 있고, 무리하게 가격을 맞추려다 보면 차량의 이익률이나 옵션 구성이 심각하게 제한된다.
시장 점유율 절반을 넘긴 중국 배터리 진영에 대응해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이루려면 단순히 고급화에 치중하기보다 안전성과 보증, 잔존 가치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해법을 찾아야 한다.